<영화> 협녀, 칼의 기억
훌륭한 배우를 써서 영화를 망치는 경우. 별 두 개.
한국의 무협영화는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중국(홍콩)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한국에서 꽤 많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국에서 만든 무협영화는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영화 형식에서 '무협'과 '역사물'은 확연히 다르다. 크게 보면 무협영화도 역사물의 하위 분류인 것은 분명하지만, 역사 속에서 명멸하는 인간의 삶을 다루기 보다는, '무'와 '협'의 세계를 훨씬 깊고 다양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은 '무협'에 가깝다. 서극의 영화는 '무협'이다. 이소룡, 이연결, 성룡의 영화들은 대개 무협에 가까운 영화들이다. 무협영화의 인물은 또한 거의 영웅의 서사를 갖는다.
중국의 무협영화는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이 특징인데, 한국은 무협지 소설은 발달했을지 몰라도, 무협영화는 컨텐츠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무협영화는 일본의 역사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고, 액션이나 영웅 서사가 화려하기 보다는, 비극적 인물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어떻든, 중국과 일본은 무협영화의 특징을 분명히 갖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무협영화는 아직 이렇다 할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한국의 역사에서 무인, 무협, 무술 등이 갖는 비중이 매우 낮았던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무인이 천대를 받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였다.
이 영화는 감독이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한 흔적이 강하게 드러난다. 필요 이상의 슬로우모션이 많이 보이고, 의상을 포함해 소품들의 수준이 상당이 공을 들였다는 느낌이 든다.
미장센, 소품, 스타일리시 등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나름대로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정작 영화의 본질이고 핵심이 '서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영화의 실패로 귀결되었다.
영화의 성패를 가르는 첫번째 요소는 시나리오다. 어떤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말할 때, 첫째도 시나리오, 둘째도 시나리오, 셋째도 시나리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영화에서 시나리오는 중요하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시나리오는 영화를 찍으면서도 계속 수정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시나리오의 기본 줄거리는 바뀌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오랜 시간 검토를 거쳐 완벽한 줄거리로 결정된 상태를 전제한다.
'서사'가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스타일만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관객에게 쉽게 발각된다. 미장센과 스타일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표현되어야 효과가 커지는 것임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영화는 감독의 미학적 감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감독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이 일치하게 되면 흥행에 성공하지만, 감독의 의욕이 아무리 커도, 관객이 반응하지 않으면 영화는 실패한다. 물론, 흥행에 실패한다고 영화가 졸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지구를 지켜라'의 경우, 한국영화사에 남을 걸작임에도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관객은 비교적 솔직하다. 물론 '예술영화' 분야는 여기에서 논외로 하자. 대중들은 '예술영화'를 선택하는 안목이 매우 낮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중적 상업영화로만 본다면 관객의 반응은 솔직하다고 봐야 한다.
멋진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시나리오와 연출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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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지배하던 시대, 고려 말, 왕을 꿈꿨던 한 남자의 배신 그리고 18년 후 그를 겨눈 두 개의 칼.
고려를 탐한 검, 유백(이병헌), 대의를 지키는 검, 월소(전도연), 복수를 꿈꾸는 검, 홍이(김고은)
뜻이 달랐던 세 개의 칼이 부딪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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