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생결단
8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멋진 영화. '신세계'나 '범죄와의 전쟁' 못지 않은, 한국 느와르 영화의 수작으로 꼽힐 만 하다. 이 영화를 일찍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빅매치'를 연출한 최호 감독의 작품으로, 최호 감독의 기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97년 IMF 직후의 한국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한 단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시작할 때, 자막으로, 이 영화는 실제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픽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부산에서 발생한 마약 조직 사건을 기초로 하고 있다.
실제로, 봉고차 안에서 마약을 제조한 마약범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는데, 이런 모티브를 통해 범죄 사회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본다. 물론 여기서는 마약 제조, 밀매와 관련된 범죄만을 다루고 있어 조직폭력배에 관한 내용은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마약과 관련한 범죄의 일부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폭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극 중에서도, 마약범죄를 소탕하는 검찰의 경우, 가장 거대한 마약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마약조직의 두목을 보호하면서 잔챙이들만 잡아들인다. 그런 과정들이 모두 서로의 이익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만들어 내는 것임을 확인할 때, 도경장(황정민)처럼 타락한 인물마져도 분노에 휩싸이게 만든다.
권력과 범죄자의 결합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지금도 세계 여러나라에서는 권력과 범죄자의 결합으로 나라가 망가지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이탈리아의 마피아와 정치권의 결탁, 멕시코의 마약범죄조직과 경찰의 야합 등 모든 나라에는 범죄조직이 권력자 또는 권력기관과 밀착해 사회를 썪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한국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었다면, 2006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마약범죄조직과 검찰의 커넥션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최호 감독의 장점은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전개가 빠르며, 느와르 장르에 충실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하다는 데 있다. 이 영화에서도 조연들의 연기가 좋기 때문에 영화 전체가 무게를 갖게 된다. 주인공인 황정민과 류승범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 별 네 개.
줄거리
3만명의 고객이 우글거리는 황금 구역을 관리하는 마약 중간 판매상 이상도(류승범)는 최고급 오피스텔에서 살며 폼나게 즐기는 인생이다. 그러나 마약계 거물 장철(이도경)을 잡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형사 도경장 경장(황정민)에게 약점을 잡히면서 잘나가던 상도의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결국 도경장의 협박에 못 이겨 함정수사에 협조한 상도. 그러나 도경장은 함정수사가 실패로 돌아가자 대신 상도를 감옥에 넣어버린다.
장철의 행방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지자 도경장은 출소한 상도를 다시 찾는다. 뒤를 봐줄테니 다시 한 번 손을 잡자고 청하는 도경장. 그러나 이미 도경장 때문에 감옥에서 8개월을 보낸 상도는 호락호락 넘어오지 않는다. 도경장의 비호 아래 칼부림을 벌여 잃었던 영업구역을 되찾은데 이어 도경장에게 거액의 사업 자금까지 뜯어낸 상도. 결국 장철의 조직에 들어가 자유롭게 장사하는 것을 도경장이 눈감아 주는 대가로 정보를 넘겨주기로 한다.
장철에게 최고 형량을 받게 하기 위해서 마약 유통의 핵심인 제조 현장을 덮쳐야만 하는 도경장. 그러나 장사에 눈이 팔린 상도가 3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정보를 넘겨주지 않자 그의 분노는 극에 달한다. 자신을 보호해 주겠다는 도경장의 각서를 받아낸 후에야 제조 교수의 행방을 알려주는 상도. 한편 도경장이 장철과 교수가 만나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잠복근무에 들어간 사이 상도는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장철의 마약을 빼돌린다.
그러나 장철과 교수가 만나는 현장을 덮친 도경장은 뜻밖의 존재와 부딪히고, 장철의 몰락을 틈타 단숨에 전국을 장악하려던 상도의 야망 역시 예상 밖의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각자의 먹이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던 두 남자의 ‘사생결단’은 결국 예상치 못했던 최후를 향해 달려가는데...('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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