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
이런 영화를 기다렸다. 별 네 개 반.
예전부터 생각했던 영화 가운데, 일제강점기 시기에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다룬 '제대로' 만든 영화가 왜 나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한국영화에서 30년대는 흥행이 되지 않는 소재라는 것이 소위 '충무로'의 암묵적 결론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만든 영화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영화들은 영화미학적으로 수준 미달이었거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기에, 영화 본연의 재미와 역사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영화는 이 영화가 아마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에는 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 자체는 픽션이다. 사실 우리의 근현대사는 어떤 소재보다 멋지고 재미있는 소재들이 무궁무진하다. 독립운동의 역사도 그 가운데 중요한 소재가 된다.
우리나라가 비록 일제의 억압에 놓여 있었지만, 정신까지 죽지는 않았음을 역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김원봉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조선의용대'의 경우, 무장독립운동을 모토로 조선독립운동의 정통성을 이어오고 있는데, 영화에서도 잠깐 나오는 것처럼, 조선독립운동의 갈래가 내부적으로 민족주의자 그룹과 공산주의자 그룹으로 나뉘면서 계파 갈등이 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상해임시정부 내부에서도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대립하면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있었고, 독립운동단체 내부에서 경쟁 단체를 밀고하는 믿지 못할 일도 벌어지곤 했다.
밀정 역시 영화 속 염상진처럼, 독립운동 단체 내부에서 활동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독립운동가만을 체포하거나 암살하는 일제의 주구들이 중국 전역에서 암약하고 있었다.
조선독립운동가들 가운데 일찍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에 입당했는데, 조선의용대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우에 속했다. 한국의 주류 역사에서는 이런 독립운동사를 가르치지 않는다. 거의 상해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조선공산당과 조선공산주의자들이 조선독립운동사에 끼친 영향력과 노력은 결코 부인할 수도, 부인해서도 안 된다.
이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영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고, 독립운동을 소재로 만든 영화지만 관객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비장하거나 심각하려고 애쓰지 않은 점도 좋았다.
무장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김학철도 독립운동을 낙천적 투쟁으로 일관했다. 목숨을 건 비장함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상황이었다. 어차피 죽어야 할 목숨이라면, 자신의 죽음이 시대적 소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치열하지만 낙관적으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해방 이후 반민족특별위원회 활동까지 보여주고 있다. '반민특위'를 와해한 건 이승만이었다. 이승만을 '국부'라느니 '건국의 아버지'라고 떠들어대는 자들은, 이승만이 얼마나 악랄한 인간이었는가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왜곡하는 나쁜 자들이다.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고, 친일, 매국노의 삶을 추종하는 자들은 그들의 무슨 말을 해도 반민족행위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해방 이후 7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에서는 민족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반민족행위자 특별법'을 제정하고,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 친일, 반민족행위자를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
독일이 히틀러 정권에서 부역한 자들을 찾아 처벌하는 일을 지금도 끊이지 않고 하는 것을 보라. 역사에서 정의는 시간을 묻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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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암살작전에 지목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암살단의 타깃은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 한편, 누군가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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