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선마술사
퓨전 사극. 조선역사에서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겪는 사랑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
이런 류의 영화는 대개 실망스러웠는데, 그래도 이 영화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뭔가 어설프고 부족한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이는데, 그건 '퓨전'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는 생각이다.
어느 장르를 불문하고 '퓨전'이라는 이름은 실력 없는 자들이 적당히 이것저것 긁어 모아서 그럴 듯 하게 만든 것이다. 정통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만드는 창작품을 두고 '퓨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퓨전'이라고 말하기 전에, 자신만의 창작품을 만들면 그것은 자신만의 작품이며, 자신의 예술이고, 장르일 뿐이다. 그런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능적인 부분만 쫓아다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알맹이가 없는 기술자들이 만드는 어설픈 물건만을 볼 뿐이다.
이 영화 역시 '퓨전'이다. 정통 사극이라면 이런 연출이 나올 수 없다. 배우들의 대사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런 결함들을 그저 '퓨전'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더 진지해 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영화만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한국영화에서 많은 사극들이 대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는 이름으로 재미있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걸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극은 무엇보다 고증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오락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면 별 것 아니지만, 사극이 갖는 역사적 특징이 영화에 잘 드러나도록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꽤 괜찮다. 복선도 있고, 결말도 훌륭하다. 다만 그것을 조금 더 드라마틱하고 깔끔하게 연출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가볍고 유쾌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진지하고 깊이 있게 연출을 하면 이 영화는 사뭇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별 세 개.
평안도 최대 유곽 물랑루의 자랑이자 의주의 보배인 조선 최고의 마술사 환희. 하지만 어린 시절, 청나라 마술사 귀몰에게서 학대 받았던 기억으로 늘 난봉꾼처럼 삐뚤어져있다. 그런 그를 이해하는 것은 귀몰의 손에서 함께 도망친 의누이 보음 뿐. 한편, 청명은 사행단의 호위무사 안동휘와 함께 청나라의 11번째 왕자빈으로 혼례를 치르러 가던 중 의주에 머물게 되고, 우연히 마주친 환희에게 운명처럼 끌리게 된다.
청명이 공주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환희 역시 처음 느낀 감정에 다른 사람처럼 변해간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과거의 악연에 앙심을 품은 귀몰이 복수를 위해 환희를 찾아오고 청명이 가지고 있던 청나라에 올릴 진상품을 노린 자들의 음모가 더해지면서 위험의 그림자가 점점 그들을 조여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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