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잡아야 산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대충 만들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무성영화의 걸작인 찰리 채플린의 영화는 대개 코미디 영화였다. 코미디 장르를 가볍게 보고, 우습게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든 감독과 관계자들은 영화를 만들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 영화처럼 시나리오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음에도 제작까지 진행되어 완성된 것을 보면, 한국 영화의 투자 시스템이 얼마나 엉성한 지도 잘 알 수 있다. 뻔히 흥행에 실패할 내용이라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영화의 줄거리가 이 정도로 엉망인 것을 아무도 몰랐다면 그 자체로도 심각한 문제다.
장르를 불문하고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 예술-는 개연성 즉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현실을 무시하고, 사실성과 거리가 먼 내용으로 이야기를 만든다면, 그것을 보는 사람은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게 마련이다.
영화 장르에서 코미디는 다른 영화보다 더 정교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이 필요하다. 웃기는 상황을 만드는 것과 관객을 웃기는 타이밍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 웃음과 감동 또는 슬픔까지도 녹여 내는 깊이 있는 웃음을 만드는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없고 쉬운 일도 아니다.
이 영화에서도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달하려는 의도는 보이지만, 이야기의 기본부터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다음의 이야기들은 개연성이 떨어져 재미가 없다. 조직폭력배와 경찰이 고등학생들과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코미디이긴 하지만,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개연성이 없는 것이고, 이야기거리도 안 되는 것을 어거지로 이야기를 만든 듯한 억지스러움이 느껴진다.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상상과 환타지를 구현하는 도구다. 따라서 영화는 어떤 경우든 현실을 반영하게 마련인데, 가능한 당대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해서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술가라면 최소한 모난돌이 되어야 한다. 모가 나지 않은 예술가는 그저 기술자에 불과할 뿐이다.
코미디 영화도 그저 웃고 즐기는 장르로 소비한다는 것은 낮은 인식 수준이다. 또한 코미디 영화를 그저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의 생각이라면 그건 천박한 인식이다. 코미디는 오히려 심각한 사회문제를 똑바로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에둘러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에 코미디는 더욱 잘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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