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호
'신세계'를 만든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가 '공전의 히트'를 하는 바람에, 그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대호'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먼저, '신세계'와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을 비교하면, '신세계'가 흥행에 성공한 것이 당연할 정도로-물론 감독의 시나리오와 연출의 힘이 가장 크지만-멋진 배우들이 많다. 반면, 이 영화에는 최민식을 제외하면 연기파 배우들, 특히 '신세계'처럼 거물급 배우들이 거의 없다. 그러니 두 영화의 흥행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신세계'가 더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영화 역시 충분히 괜찮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단점은 앞부분이 조금 늘어진다는 것인데, 뒤로 갈수록 복선과 핍진한 내용으로 인해 감동이 커지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포수 천만덕과 대호와의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호와 일본군의 관계까지 설정하면 이 영화의 메타포는 조선민중, 조선역사, 일본제국주의의 연결고리로 읽을 수 있다. 즉, 일본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해 조선의 역사를 짓밟고 유린할 때, 조선의 상징인 대호는 일본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게 되고, 어리석은 조선 민중은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조선의 상징인 대호를 잡으려 하지만, 조선민중의 정신의 상징인 천만덕 포수는 대호를 끌어안고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천만덕과 대호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깔려 있다. 따라서 이 영화의 나레이션은 두 개의 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서로 얽혀 있어 따로 분리하기 어렵다. 천만덕이 호랑이를 사냥한 다음, 그의 새끼들을 살려주는 것과 천만덕의 아들 석이의 주검을 대호가 천만덕에게 데려다 주는 것은 동일한 감정의 표현이다.
호랑이는 예로부터 신령한 동물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조선사람들에게 호랑이는 신선이기도 하고, 두려운 맹수이기도 하지만, 곶감을 무서워하는 귀여운 존재이기도 했다. '개호주'라고 할 정도로 마을까지 내려와 개를 물어가는 맹수이고, 밤길에 만나서 눈에서 파랗게 인광이 일어나는 영물이며, 때로는 산길을 가는 사람의 뒤를 따라 사람을 지켜주는 특이한 동물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에서 호랑이와 관련한 특별한 영화가 그동안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호랑이는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대상이었지만 정작 영화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는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으로 호랑이를 실물처럼 만들어 보일 수 있으니 '대호'와 같은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따라서 '대호'는 영화 기술의 업적이자 현대영화의 결과물이다.
지금 상영하고 있는 '레버넌트'에도 곰이 사람을 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곰 역시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것으로, 영화에서 실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여준다. 미국은 이미 '터미네이터' 등을 통해 오래 전부터 컴퓨터그래픽이 영화에 비중 있게 쓰이고 있는데, 한국영화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좋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이 필수 요소가 된 것이 현실이지만,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이 영화에서도 전반부에서 약간 늘어지는 상황 때문에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듯 한데, 호랑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지 않은 것은 아마 제작기간, 제작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떻든 영화의 긴장감을 초반에 높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고, 천만덕과 포수들, 일본군 사이의 갈등과 긴장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최민식의 연기는 훌륭했고, 20년대를 재현한 미장센도 좋았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로 '레버넌트'와 비교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별 세 개 반.
1925년,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최민식)은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은 채, 지리산의 오두막에서 늦둥이 아들 ‘석’(성유빈)과 단둘이 살고 있다. ‘만덕’의 어린 아들 ‘석’은 한 때 최고의 포수였지만 지금은 사냥에 나서지 않는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는다.
한편, 마을은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자,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 ‘대호’를 찾아 몰려든 일본군 때문에 술렁이고, 도포수 ‘구경’(정만식)은 ‘대호’ 사냥에 열을 올린다.
조선 최고의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에 매혹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는 귀국 전에 ‘대호’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군과 조선 포수대를 다그치고 ‘구경’과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는 자취조차 쉽게 드러내지 않는 ‘대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명포수 ‘만덕’을 영입하고자 하는데…
시간을 거슬러 이어지는 ‘천만덕’과 '대호'의 운명적인 만남!
모두가 원했지만 누구도 잡을 수 없었던 ‘대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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