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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울보 권투부

by 똥이아빠 2016.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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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울보 권투부

다큐멘터리. 일본에 있는 조선학교 권투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예전에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와 비슷한 배경과 내용을 같고 있다. 한국에 사는 우리는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삶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피상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남한의 정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북한의 정권은 재일동포를 이용해 먹기만 했다. 물론 북한이 재일동포들을 조금 더 대접하고, 인간적으로 대해 준 면도 있지만, 60년대에 한꺼번에 많은 재일동포들이 북한으로 들어간 이후의 삶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재일동포가 5세, 6세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과 활발한 교류조차도 없지 않은가. 이것은 남한 정부가 매우 잘못하고 있는 것이고, 정부를 떠나 민간교류 조차도 활발하지 않은 것은 우리 내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조선학교 권투부의 학생들은 순수하고 착한 고등학생들인데,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임에도 낯설다. 북한식 발음과 억양이 섞여 있으나 딱히 북한에서 사용하는 언어라고 하기도 어렵고,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도 사뭇 다르다.
남북한이 분단된 상태로 반세기가 지났으니 이질감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재일동포 세계와도 이렇게 이질감이 생기는 것을 보면, '한국' 또는 '조선'이라는 정체성과 동일성을 과연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그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든다.

남북한 사회의 심각한 문제는 체제와 이념을 떠나서 양쪽 모두 심각한 가부장 사회라는 것이다. 남성우월주의, 마초적인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회가 갖고 있는 한심하고 역겨운 현상들이 남북한 모두에게서 드러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재일동포 사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영화 속에서 보여진다.
'조선 학교'를 이루고 있는 바탕은 강한 동포의식과 연대감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가부장적 지배체제라는 것이 역설적이지만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1940년대에 갈라지기 시작한 재일동포 사회는 일본 사회에서도 고립되어 있고, 남북한 모두에게 일방적인 지지나 탄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썼고, 아무래도 남한보다는 북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오면서, 북한의 봉건왕조 이념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선 학교의 학생들은 입을 모아 '통일 조국'을 말하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는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통일'은 남북한 모두 주장하는 것으로, 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 자기 정권을 유지하려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만큼, 순수한 마음의 재일동포들이 가엽기까지 하다.

어쨌거나, 오랜 세월 일본 사회에서 극심한 차별과 억압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살아 온 우리 재일동포들의 삶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남한과도 적극적인 교류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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