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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검은 사제들

by 똥이아빠 2015. 12. 26.



<영화> 검은 사제들

한국영화에서 '퇴마'를 소재로 다루는 것은 나름 신선한 시도이긴 하지만, 신선한 소재가 곧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는데, 그 이유가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멋진 배우들 때문이라는 건 꽤 유감스럽다.
물론 이 영화를 두고 '형편없다'고까지 말하는 건 좀 심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엑소시스트'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영화와 비교하는 순간, 이 영화는 '듣보잡' 영화가 되어 버린다. 영화를 열심히 만든 감독과 제작진에게는 퍽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 경우 '엑소시스트'를 뛰어 넘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돈과 시간을 아끼는 것이 된다.
'엑소시스트'는 1973년에 개봉한 영화다. 나는 시간이 지나 이 영화를 봤는데, 그때의 그 공포와 두려움은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날 만큼 생생하고 대단하다. 그렇다. 공포영화 가운데 특히 퇴마를 주제로 한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엑소시스트'다. 그리고 퇴마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엑소시스트'를 능가해야 한다는 숙명적인 과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퇴마 의식'은 기독교에 바탕을 두고 있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독교가 생성되기 이전의 여러 다양한 종교들에서 이미 비슷한 형태의 의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퇴마 의식'은 기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고, 기독교에서는 이런 의식을 받아들이게 되는 이유가, 불교가 인도에서 다른 나라로 전파되면서 그 나라의 전통 신앙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인 것과 같은 형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독교에서 '신'과 '악마'의 대립은 기독교가 존립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며 필수적 요건이라는 것이다. 이미 그들이 믿는 '성경'이라는 책에도 '악마'가 등장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신(하나님)의 심부름꾼인 대천사가 반역을 일으켜 신에게 반기를 든 것이 바로 '악마'라고 하는데, 전세계의 모든 민족이 가지고 있는 신화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많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은 '유일신'이지만 그들은 '악마'라는 또 하나의 '신'을 만들어 냄으로써, 스스로 '유일신' 사상을 거부했다. 물론 '악마'를 신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있지만 기독교가 아닌 다른 모든 종교-불교, 이슬람교,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등-에서는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들도 '신'의 반열에 올라있음을 볼 때, 기독교에서 '악마'의 존재는 초기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종교지도자들에 의해 만들어 졌을 수도 있다.

현상적으로는 '악마'가 인간을 해치는 사악한 존재로 그려지지만, 사회학적으로 볼 때, '악마'는 기존 지배질서에 저항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개인 또는 집단의 상징을 의미한다. 즉, 종교가 사회적 관념체계로 등장하기 전부터 지배집단은 피지배집단-인민-을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이라는 존재를 내세웠다. '신'은 무소불위, 전지전능의 존재로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알고 있으며 간섭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따라서 '신'을 받드는 인간은 지배자의 위치에 놓이게 되고, 고대부터 제사장이 지배집단의 우두머리였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되는 것이다. 무지한 인민들에게 예언과 계시와 율법을 내리는 것이 '신'이고, 그 신을 대리하는 것이 제사장이었으며, 지배계급은 이런 과정을 거쳐 확고한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따라서, '악마'로 낙인 찍힌 존재-개인이거나 집단-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탄압과 저주, 학대를 받는 존재가 되고 만다. 마녀사냥이 그렇고 불가촉천민이 바로 그러했다. 지금도 여전히 모든 종교에서는 '악마'를 나쁜 존재로 그리고 있다. 그들은 기존의 사회질서를 무너뜨리고, 세상을 어지럽히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존재로 알려지는데,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볼 때,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모두 '악마'로 보였을 것이 틀림없었고, '악마' 이데올로기를 인민에게 퍼뜨림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발판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소녀의 몸에 깃든 악마는 단지 그가 '악마'라는 이름이 덧씌어졌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하거나 나쁜 짓을 하는 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기독교에서 마음대로 정한 12악마라는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퇴마의식을 통해 돼지의 몸으로 쫓겨가는데, 초능력을 보이지도 않고, 대단한 힘도 없는 '악마'라는 존재는 뜻밖으로 불쌍해 보였다. 오히려 소녀를 차로 치고도 그냥 도망간 가톨릭 신부들이 더 악마처럼 보였고, 그들이 결국 자동차 사고로 죽게 되는 것은 악마의 힘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자동차로 치고 허둥지둥 도망치다 사고로 죽는 것처럼 보였다.

시나리오도 엉성할 뿐 아니라, 그것이 주는 메시지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특이한 소재만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퍽 위험한 시도임에 분명하다. 별 두 개.


2015년 서울.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김윤석)는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 소녀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한다. 
이를 위해선 모든 자격에 부합하는 또 한 명의 사제가 필요한 상황, 모두가 기피하는 가운데 신학생인 ‘최부제’(강동원)가 선택되고,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를 구할 수 있는 단 하루의 기회, 김신부와 최부제는 모두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예식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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