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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다슬이

by 똥이아빠 2015. 11. 24.



<영화> 다슬이

과문한 탓인지, 한국인 가운데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사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서번트 증후군'의 장애인을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자폐 증상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특정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 지금까지는 거의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숫자를 세는 것이라든가, 수학적 능력 등 재능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젊은 작가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나서, 장편 상업영화로 이 영화를 만들었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영화의 내용이나 작품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런 방식의 영화는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를 내재하고 있다.
독립영화로는 잘 만든 영화에 속하지만, 제작비의 한계-이 영화에서 시나리오의 결핍을 두고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때문에 영화의 내용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데, 그것이 반드시(!) '제작비' 때문인지는 좀 더 따져볼 일이다.

사실,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라 해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제주도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이 녹아 있는 지역성과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면서 해학적인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시나리오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구성되어 있다. 드라마틱한 부분이 거의 없는데, 심지어 다큐멘터리도 드라마틱하다. 결국 영화에서 보여주어야 할 드라마(틱)와 기승전결 가운데 '승전'이 보이지 않음으로 해서 영화의 흐름이 밋밋하고 긴장감이 떨어지게 된다.
감독의 의도는, '기승전결'이 아니라 '기기기결'로 감으로써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이나 충격을 보다 강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그렇더라도, 서서히 감정을 끌어 올리거나, 반전을 통해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영화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약 3/4까지 진행하는 동안에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출렁거려야 했다.

주인공 다슬이를 연기하는 유해정은 이 영화에 출연할 때 11살이었다. 어린 아이로는 연기를 꽤 잘 한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키워드처럼 '장애인', '성장영화', '어린이 주인공'이 핵심인데, 영화에서 다슬이를 바라보는 마을 어른들의 시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슬이가 마을 곳곳에 크레용으로 낙서를 하고 다니는 것이 마땅치 않은 어른들은 다슬이의 할머니나 삼촌에게 항의를 하지만 두 사람은 다슬이를 나무라지 않고 다독이며 감싸준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다슬이에게도 직접 폭력적인 언어나 행동으로 다슬이의 '창작행위'를 방해하는데, 감독은 그런 마을주민들의 태도가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그것인데, 어린아이가 낙서를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고, 어른들이 난리를 칠 만큼 큰 일일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다슬이가 그린 그림은 그냥 마구잡이 낙서가 아니고 어른들보다 더 잘 그린 그림들이었으니, 그 자체로 마을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을주민들은 다슬이를 함부로 대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면서 장애인인 다슬이를 쥐잡듯 몰아부친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보편적 오류'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즉, 한국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은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오류인데,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 속에서 극적 장치와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악역을 맡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타성에 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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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 할머니, 삼촌과 함께 살고 있는 9살 소녀 다슬이. 낮에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그림을 그리고 저녁에는 집에서 눈사람이 나오는 만화를 보는 것이 유일한 재밋거리다.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들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항의를 해와도 삼촌과 할머니는 언제나 다슬이를 묵묵히 보살핀다. 어느 날 눈 한 번 내리지 않던 마을에 눈이 내리고 다슬이는 눈사람을 만들어 애정을 쏟는다. 그리고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는 일을 멈추고 온 동네에 페인트 칠을 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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