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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도리화가

by 똥이아빠 2015. 12. 25.



<영화> 도리화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가 그 당시 100만 명을 돌파했을 때, 이 기록은 한국영화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것도 서울관객만 100만명이고 전국집계로는 300만명에 가까운 초대박 영화였는데, 당시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라기 공원'과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지금도 '서편제'는 한국영화에서 명작으로 남아 있다. '서편제'가 훌륭한 영화로 남은 원인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이 영화 '도리화가'가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서편제'와 이 영화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서편제'에 모욕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작품의 내용이 비슷한 소재-판소리-를 채용했을 뿐, 이야기 구조나 내용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다.
그럼에도 두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고, 판소리를 하며, 한 시대를 극적으로 살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비교할 가치는 있어 보인다. '서편제'는 창작소설을 바탕으로 했고,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인물을 비교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지만, 두 사람이 보여주는 판소리의 실력은 이 영화를 판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오정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서편제'에서 그의 역할은 인물 자체가 너무도 비극적이어서 그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도리화가)에서는 한국 최초의 여성 판소리꾼인 진채선은 드라마틱한 인물이긴 해도, 그에게는 신재호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고, 실제 그의 앞길은 '서편제'의 송화처럼 비극적이지도 않았고, 영웅 서사를 갖지도 않았다.
이 영화에서는 진채선이 최초의 여성 판소리꾼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사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드라마틱한 영화의 서사를 완성하기는 버거워 보였다.

따라서, 영화가 좀 더 재미있으려면 역사적 사실 위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이 필요한데,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진채선의 경쟁자를 만들고, 경쟁구도와 함께 그 안에 시기, 질투, 음모와 같은 드라마의 극적 요소가 들어 있는 것이 어땠을까.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존중하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창작임을 전제할 때, 역사적 사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과 재미를 위한 극적 요소를 삽입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진채선 역의 배수지는 역시 아름다웠지만, 그가 직접 판소리를 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판소리 명창이 들려주는 진짜 아름다운 판소리의 가치를 이 영화에서 오히려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길 정도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판소리는 수준이 너무 낮고, 형편 없었다. 별 두 개.


금기를 깨는 자는 목숨이 위태로운 혼돈의 조선 말기. 조선 최초의 판소리학당 동리정사의 수장 ‘신재효’(류승룡) 그 앞에 소리가 하고 싶다는 소녀 ‘진채선’(배수지)이 나타난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우연히 듣게 된 신재효의 아름다운 소리를 잊지 못한 채 소리꾼의 꿈을 품어 온 채선. 그러나 신재효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선의 청을 단호히 거절한다.

채선은 포기하지 않고 남장까지 불사하며 동리정사에 들어가지만 신재효는 그녀를 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 개최하는 전국의 소리꾼을 위한 경연 ‘낙성연’의 소식이 들려오고 신재효는 춘향가의 진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단 한 사람 남자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소리를 지닌 채선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채선이 여자임이 발각되면 모두가 죽음을 면치 못하는 위험 속, 채선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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