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
독립영화. 접근 방식이 신선하지만 개연성은 낮다. 도시 변두리 빈민으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낳은 프롤레타리아들이지만, 그들 자신은 모르고 있다.
빈민 청년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은 북한에서 내려 온 간첩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내용은 이미 1960년대에 북한에서 체제선전용으로 많이 써먹었던 방식을 그대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북한체제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북한을 찬양한다고 발끈하는 사람-아마도 대부분 수구꼴통들이겠지만-이 있다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한국사회의 모순이다. 마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자본가와 노동자의 계급투쟁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는 한국의 천민자본주의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도시빈민촌이고, 모두들 제대로 된 직업도 없고, 학교도 다니지 않으며, 가난에 굶주리고 있다. 장애인, 배움을 포기한 고등학생, 가짜 전단지로 구걸하는 엄마, 자기 딸을 목사에게 팔아먹는 엄마와 어린 신도를 강간하는 목사, 학원생을 강간하는 백인 강사, 힘 없는 동급생을 폭행하고 물건을 뺐는 양아치들, 무능한 술주정뱅이 아버지 등 한국사회에서 낙오된 유형의 사람들이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왜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말하지는 않지만, 이런 삶이 지금 우리 사회에 분명히 있다는 것과, 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영화 속에서 착취의 구조를 따져본다면, 무능한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폭행하면서 술을 사오라는 것과 힘 없는 동급생을 갈취하는 양아치들, 그리고 힘 없는 엄마에게 온갖 짜증과 신경질을 퍼부어 대면서 정작 밖에서는 맞고 다니고 옷을 빼앗기는 고등학교 중퇴생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이중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영화에서는 여러 명이 죽음을 당한다. 장애인 아들은 아버지에게 맞아죽고, 그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는 아들의 친구에게 맞아 죽는다. 착하기만 한 엄마는 아들을 괴롭히던 양아치들에게 맞아죽고, 양아치들도 결국 주인공에게 맞아 죽는다. 군대에 갔던 형은 자살한다. 양아치들을 제외하고 이들의 죽음은 사회의 복지와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불러도 좋다.
결국 도시빈민은 사회에서 쓰다버리거나 쓸모 없다고 판단해 폐기처분하는 쓰레기들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빈민들은 자신들이 전혀 원하지 않았음에도 사회적으로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것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청년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더 이상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놓이게 되면서 카메라를 들고 쫓아다녔던 북한 간첩(?)에게 북한으로 갈 것을 제안받는다. 과연 그들은 북한으로 갈까?
영화에서는 대놓고 북한을 찬양한다. 북한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필름도 등장하고, 당장 내일의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주인공들에게 카메라를 든 간첩이 회유한다. 북한에 가서 남한의 실정을 증언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수구집단이 이 영화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본 사람도 없어서 일 것이다. 북한을 지상천국으로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보면서 웃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 북한을 이상적인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사람이 자발적으로 북한으로 이주해 살겠다는 경우가 있을까? 그런 뜻에서 나는 남북한의 자유왕래를 하루 빨리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 왕래에 앞서 북한의 방송을 아무런 제약 없이 한국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수구집단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노릇이겠지만, 서독에서는 통일 전에 이미 동독의 방송을 서독 시민들이 마음대로 들을 수 있도록 개방했었다. 그래도 서독 시민들이 간첩이 되거나, 동독으로 넘어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있다 해도 극소수일 테고, 그런 사람들은 차라리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 서독으로서도 좋은 일이다.)
북한 방송의 자유시청이나 자유 왕래를 거부하는 정권은 통일에 대한 의지도, 자신감도, 계획도 없는 무능한 정부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영화는 북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국의 비극적 상황과 북한 체제의 선전이 대중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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