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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by 똥이아빠 2017. 3. 2.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세계의 유명한 수학자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의 천재로 알려진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에 관한 영화. 
나는 수학은 전혀 못하지만, 수학과 관련한 책을 읽는 건 퍽 좋아한다. 내가 수학을 싫어하고, 애저녁에 포기한 것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복잡한 ‘계산법’ 때문이라는 건 나중에 나이가 들어 혼자 공부를 하고 나서였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잘못된 생각을 가졌는데,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들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책들을 거의 읽지 않았던 듯 하다.
하지만 지금 내 책장에는 과학책과 수학책이 꽤 많다. 그리고 그런 책들을 많이 애정한다.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새삼 한국의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우리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악랄하게 고문하는지 알게 되었다.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들은, 대학교재나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닌 다음에는 대개 재미있는 내용이고 유익하다. 물론 이런 책들의 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과학과 수학분야의 보조교재로 대중적인 과학, 수학 교양서적을 읽도록 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 수학 분야의 책들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배움의 초기 단계에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어 특히 바람직하다. 청소년 시기에 과학, 수학 분야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면, 나이가 들어 많은 사람들이 괴상한 종교나 비과학적인 주장, 함정, 음모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30대 중반 이후 과학, 수학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인문학과는 완전히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도 가장 즐겨 있는 책들이 과학과 수학 분야의 책들이고, 이 분야의 천재들이 인류의 역사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가를 새삼 깨닫는다.

많은 부분, 역사는 다수의 민중이 만들어 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또한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극소수의 천재들이 인류의 삶에 기여한 바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폭넓고 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라마누잔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인 수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천재에 속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학 언어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외계어일 수밖에 없다. 고도의 추상적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분명 우리들 장삼이사와는 근본에서 다른 부분이 있다. 라마누잔은 수학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정수론' 분야에서 아직까지 그 업적을 능가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천재에 속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라마누잔은 32살에 요절했는데,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만 않았다면 '정수론' 분야는 지금보다 더 놀라운 발견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무한'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생활에서 직접 쓰일 일은 없지만, 최고의 수학 이론은 인류의 삶에 큰 도움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수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 영화는 라마누잔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만으로는 라마누잔의 업적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영화의 흐름도 영국의 수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으므로, 라마누잔이 타자화되어 있는 점이 아쉽다. 이 영화는 오히려 인도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라마누잔의 일대기는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그의 수학은 진정 놀라운 업적인데, 그것을 영화로 훌륭하게 보여줄 방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에서는 라마누잔의 일대기를 다룬 책 '수학이 나를 불렀다'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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