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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Lion

by 똥이아빠 2017. 2. 22.


[영화] Lion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감동이 있다.
인도의 가난한 집에 사는 5살 아이 사루는 엄마와 형을 도와 돈을 번다. 어리지만 똑똑한 사루는 어떻게든 집안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는 착한아이다. 어느 날, 형과 함께 일하러 나왔다가 기차역 의자에서 잠이 든 사루는 잠이 깨어 형을 찾아다니다 기차에 올라 다시 잠이 들고, 기차는 1600km를 달려 낯선 곳에 선다. 
사루는 집을 찾아가려 하지만 5살 아이로는 가능하지 않다. 노숙을 하며 떠돌던 사루는 여러 번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만 지혜롭게 위험을 피한다. 그리고 떠돌이 아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에 들어갔다가 호주로 입양된다.

영화를 보면서 어릴 때 나도 집을 잃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6살쯤, 집앞을 지나는 철로 위에 서서, 철로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무작정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간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가 경찰차(그때는 '백차'라고 했는데, 흔히 찝차라고 부르는 덮개 없는 차에 흰색으로 칠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를 타고 집앞에 내린 기억이 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집을 잃어버렸지만 용케도 집을 찾아왔다. 그것이 내가 집의 위치를 잘 기억해서였는지, 아니면 경찰들이 잘 찾아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집을 잃어버리고 울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 사루가 얼마나 침착하고 용기 있는 아이인지 알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을 피할 줄 알고, 거기에 운도 좋은 편이어서 호주의 한 부부에게 입양이 되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사루를 입양한 호주의 양부모는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입양해 키우기로 결정했다. 임신을 할 수 있었지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인종도, 피부색도 다른 아이를 입양해 친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 그런 마음이나 태도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사루의 양부모처럼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나의 내면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인간에 대한 애정의 정도가 상당히 폐쇄적이고 부정적인 면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5살의 사루는 호주에서 중산층의 삶을 살며 성장한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어 독립할 때가 되었고, 친구들과 미래의 삶을 이야기하던 와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된다. 입양된 아이, 인도, 길을 잃었던 기억, 엄마, 형... 오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자 그는 혼란스러워진다.
친구가 알려준 정보는 구글 어스로 지구 어디든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었고, 사루는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구글 어스로 인도의 지도를 찾아보기 시작한다. 워낙 오래 전의 기억이라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심리적 혼란 때문에 양엄마와도 예전처럼 지내지 못하게 된다.

사루를 입양한 양부모는 사루의 동생으로 또 한 명의 인도 아이를 입양했는데, 이 아이는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양부모는 두 아이를 잘 키웠고, 이제 모두 독립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루와 동생 역시 사이가 좋진 않은데, 그 이유가 동생의 발작 때문이기도 하다.
사루는 인도의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도만으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거의 포기할 때 쯤, 우연히 검색하던 지도 위에서 낯익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지도를 들여다보다 마침내 자신이 살던 동네를 발견하게 된다.

사루가 인도의 엄마를 찾아 호주에서 인도로, 인도의 자기 마을로 가는 과정과 엄마를 만나는 과정은 알고 있는 결말이지만 감동적이다. 하지만 사루가 그렇게 찾던 형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루의 운명과 형의 운명은 같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다만 그것을 사루는 25년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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