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나이얼
어떤 영화인지 모르고 봤는데, 의외로 재미있는 영화. 제목이 말해주듯 현실을 부정하는 반유대주의자와 법정에서 싸우는 이야기다. 유대인이자 역사학자인 립스타트는 대학에서 홀로코스트 역사에 관해 강의하고 있고, 그 주제로 책도 쓰는 대학교수다. 한편 영국에 사는 어빙은 재야 역사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에 의한 홀로코스트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런 주장을 담은 책도 펴낸 사람이다.
립스타트의 책에서 어빙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를 ‘히틀러를 지지하는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쓴 내용이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당한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립스타트는 영국 법정에서 소송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고, 그는 소송을 위해 영국으로 간다.
어빙은 명백히 인종차별주의자며 반유대주의자다. 그는 히틀러를 찬양하고, 유대인들이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주장한다. 그의 이런 주장에 네오 나치주의자들은 열렬히 반응하고, 유대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다.
이런 어빙의 태도는 한국에서 ‘어버이연합’을 떠올린다. 자신들의 주장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을 ‘진실’로 믿고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이 의도적이건, 무지의 결과이건 역사적, 법적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립스타트의 명예훼손 건을 맡은 영국의 변호사들은 약 십여 명으로 팀을 이루었고, 영국에서 최고의 변호사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무보수로 변론을 맡았지만, 인원이 늘어나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립스타트에게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립스타트는 영국에 있는 유대인 지도자들을 만나 모금을 요청한다.
역사적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이 가스로 학살을 당한 것은 사실로 알려져 있다. 그 숫자는 정확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 다만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희생당한 유대인의 숫자를 약 6백만 명으로 추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어서, 영화의 결과는 실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한다. 즉, 립스타트가 자신의 저서에서 어빙을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반유대주의자’라고 지적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것은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이 학살당하지 않았다는 것과는 다른 내용이므로, 법적 다툼이 되지 않는다. 다만, 명예훼손과 관련하여 유대인 학살에 관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고, 그것을 영국의 변호사들은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어빙을 공격해 결국 그가 ‘자신은 잘 모른다’는 답을 받아낸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만든 무수히 많은 ‘유대인 희생자 영화’ 가운데 하나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헐리우드 영화는 너무 많아서 거론하기 어렵다. 그만큼 헐리우드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역사적으로 무수히 많은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런 선전 활동이 마땅치 않다. 그들이 당한 역사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피해자 코스프레는 매우 이중적이며 위선적이고 비도덕적,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팔레스타인들이 살던 땅을 빼앗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웠다. 그 과정에서 미국을 등에 업고 중동에서 깡패짓을 하며 중동의 힘없는 나라 팔레스타인을 침략하고, 그들을 학살했다.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면서, 한쪽에서는 히틀러가 했던 것보다 더 잔인하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히틀러 집단과 다름 없는 부류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실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은 필요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저지르는 범죄 행위는 은폐하면서, 자신들이 과거에 당한 사실만을 강조하고, 반복하는 것은 위선적인 태도임에 분명하고, 파렴치한 짓이다. 유대인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세계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으므로 이런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들은 지금도 높은 담장 안에서 세계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있다.
우리는 유대인이 히틀러에게 당한 홀로코스트를 올바르게 알아야 하듯이,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게 저지르고 있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같은 비중으로 알아야 한다. 우리(한국)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하고, 여성들이 성노예로 끌려간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우리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앞잡이가 되어 베트남 민중을 학살한 사실도 같은 비중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올바른 태도이고, 윤리적인 태도이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더 엄격하게 문책하는 것이 양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지극히 옳은 결론으로 전개되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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