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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커피 인 베를린

by 똥이아빠 2017. 7. 25.


[영화] 커피 인 베를린

독일처럼 여러모로 잘 사는 나라에서도 청년의 삶은 곤고하다. 이 영화는 드라마틱 하지도 않고, 극적 장치를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지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장하지 않은 점이 장점이다.
문제는 주인공 니코의 태도에 있다. 그는 부자 아버지를 두었고, 그 자신도 법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어찌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환경인데, 그는 거지꼴로 살아가고 있다. 알고보니 대학을 스스로 자퇴하고, 아버지가 준 학비로 생활하고 있었다. 학교를 그만 두었어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면 좋을텐데, 니코는 자신의 삶, 청춘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기는 커녕 하릴없이 낭비만 하며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 
니코의 삶을 다른 사람이 재단할 수는 없지만, 관객의 시선으로 볼 때, 니코의 삶은 전혀 생산적이지도 않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그것이 단지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니코에게도 뭔가 생각이 있고, 계획이 있겠지만 그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고, 아버지가 그와 인연을 끊는 장면을 보면서 니코가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오로지 그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른 살이 가까운 나이에 스스로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아버지의 용돈으로 살아가려는 니코의 태도는 분명 올바르지 않다. 이 영화는 청년 세대가 보여주는 특징의 일부를 그리고 있다. 부모세대에 기생하려는 자식세대(물론 일부지만)가 존재한다는 것, 그런 청년들이 사회에서 잉여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 그들의 존재는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묻게 만든다.
청년 세대가 이 영화에 공감한다면 그것은 니코의 삶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로 인해 만들어 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 실업을 비롯해 청년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정한 것은 기회를 상실한 세대의 어쩔 수 없는 방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청년 세대를 질식시킨 기성세대의 책임을 은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카드는 사용정지 되고, 커피 한 잔 사 마실 돈이 없는 니코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를 쓰겠지만, 현실이 결코 녹녹치 않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는 일을 해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만, 그가 어떤 인간이냐에 따라 그 깨달음은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의 삶이 불행할 수도, 행복할 수도 있겠다. 결국 주어진 삶은 스스로 선택한 결과이고, 미래의 삶 역시 자신의 삶의 태도에 따라 바뀌게 된다는-구조적인 모순이 그의 삶을 지배하겠지만-평범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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