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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충돌(Eshtebak)

by 똥이아빠 2017. 8. 21.


[영화] 충돌(Eshtebak)

이집트의 최근 정치 상황을 그린 영화.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마치 다큐멘터리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는 영화. 영화는 거리에서 시위하던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이 경찰 트럭에 잡혀 갇히면서 시작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가 트럭 안에서만 일어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고, 뜨거운 날씨와 계속되는 시위 현장을 지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골자다.
이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려면 이집트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발생하는 시위는 2012년 이슬람형제단의 당수 무르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1년 이후 군부쿠데타가 발생하고 무르시가 주도하던 '무슬림형제당'과 정부군과의 대치가 격렬하게 발생하면서, 이집트 시민 사이에서도 '무슬림형제당'에 속한 시민들과 '무슬림형제당'의 행동을 반대하는 즉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 사이에도 대치와 시위가 발생하고 있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으로, '이슬람형제단'의 지지를 받아 당선한 무르시 대통령과 그 정부는 이집트를 이슬람 근본주의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갔고, 이는 이미 무바라크를 몰아내고 민주주의 혁명을 경험한 이집트 시민들의 반감을 사게 된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무슬림형제당'이 일으킨 시위에서 수백 명을 학살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살벌한 시기의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군대와 대치한 시위대는 '무슬림형제단'과 현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이들은 무차별 트럭에 실린다. 이에 앞서 트럭에 실리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은 AP통신 기자들이다. 뒤 이어 시민들이 잡혀 트럭에 실리는데, 이들은 '무슬림형제단'에 속한 사람들도 있고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다. 이들은 서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다투기도 하지만 좁은 트럭에서 함께 견뎌야 하는 공동운명체다. 이들이 놓인 상황은 크게 보면 이집트 사회를 혼란을 상징한다. 
인물들은 주로 트럭 안에 갇혀 거리의 시위 상황을 지켜보며 다양한 모습으로 반응한다. 군인들은 명령 때문이긴 하지만 여성과 소년까지 잡아들인다. 바깥의 시위는 매우 격렬해서 돌과 화염병은 물론 총을 난사한다. 군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학살한 것은 당연히 범죄행위지만 '무슬림형제단'의 이슬람근본주의가 이집트 사회를 나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었던 상황이이서 '무슬림형제단'을 반대하는 일반 이집트 시민들도 '무슬림형제단'을 비난하고 있었다. 따라서 '무슬림형제단'은 지지세력이 전혀 없었고, 무르시 대통령이 쫓겨나면서 그들의 영향력도 급격히 줄어들고 구심점도 사라지게 되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와 격렬하게 대치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관철하려 하지만 희생자만 늘어날 뿐이다. 트럭에 갇힌 사람들은 군대와 함께 이동하지만 시위대에 밀려 결국 트럭을 세워 놓고 후퇴하고, 그 트럭을 발견한 '무슬림형제단' 사람이 운전해 자신들의 시위대가 있는 쪽으로 몰고 가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시위대는 트럭을 공격한다.
폭력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이성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평범하고 일정한 수준을 갖춘 문명 사회의 시민들이지만 정치적 상황이 극단으로 변하면서 그들의 태도와 행동도 극적으로 바뀐다. 이런 사례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겪은 일이라 낯설지 않다. 광주민주화운동, 87민주화대투쟁 등 시민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군부 또는 경찰 등 정부의 폭력집단(흔히 공권력이라고 한다)에 맞서는 상황은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사건들이다. 
이집트의 상황 역시 지독한 종교국가인 이집트에서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이들이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외피를 쓰고 있는 한, 민주주의의 과정은 험난할 것이 분명하다. '이슬람'은 그들이 아무리 좋은 종교라고 강변해도, 그것이 종교이고 또한 근본주의자들이 날뛰는 이상, 문명사회로 가는 길을 막는 걸림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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