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안티포르노

by 똥이아빠 2017. 6. 24.
728x90


[영화] 안티포르노

소노 시온 감독 작품. 그의 작품 가운데 '기묘한 서커스', '차가운 열대어', '지옥이 뭐가 나빠'를 봤다. 하나같이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그의 영화에서는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독특한 느낌을 읽을 수 있다. 다른 나라 영화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분위기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소노 시온은 가장 일본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이 최근 한국에서 개봉되었는데, 흥행에서는 처절하게 실패했다. 작품성과 흥행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대중적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노 시온의 여느 작품들도 마찬가지지만 영화는 중의적 해석을 담고 있고, 영화 자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복잡한 함의를 포함하고 있다.

이 영화는 포르노에 관한 영화도 아니고, '야한' 영화도 아니다. 여성이 벗은 몸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는 아니다. 이 영화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고, 젊은 여성의 삶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과거가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주 짧은 영화의 시간 속에서 액자 영화, 연극무대 같은 영화, 실험극 같은 연극을 영화처럼 보이게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실험극처럼 만들었고, 영화 속의 무대도 연극무대처럼 세팅했으며 모든 상황은 부조리하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여 있어서 관객은 그 둘의 세계를 거의 구분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감독이 의도하는 바다. 현실에서 주인공 쿄코는 성공한 예술가로 그려지지만, 정작 쿄코는 극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 트라우마는 자신의 부모와 자살한 여동생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포르노를 전면에 내세운 가족드라마다.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섹스에 집착하는 친아버지와 의붓엄마로 인해 쿄코는 섹스 트라우마가 생기고, 의지했던 여동생이 자살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분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가 보게 되는 환상은 섹스중독에 걸린 부모, 매춘부가 되어 사람들에게 경멸당하는 존재, 강간당하는 자신의 모습, 처녀에 대한 강박,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자신의 태도 등이다. 보통의 눈으로 보면 주인공의 행동은 분명 비정상이다. 그가 보는 환상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거의 볼 수 없는 내용들인데, 이 환상들만으로도 그가 겪었을 고통이 어떨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끔찍한 상황과는 다르게 무대는 감각적이다.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방은 화려한 색으로 되어 있고, 예술작품-쿄코가 직접 그린 것으로 되어 있는-들은 촌스러운 듯 하면서 화려하고 감각적이다. 즉, 쿄코가 놓여 있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환경과 쿄코의 내면은 아름다움과 추악함이라는 이중의 감각을 드러낸다. 

한편, 이 영화는 여성들이 말하는 페미니즘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존재에 관한 질문과 현재 사회에서 여성이 놓여 있는 처지에 분노하는 주인공과 등장인물 여성들의 행동은 남성우월주의, 마초이즘, 여성의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에 관해 반발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여성의 입장에서 '자유'라는 것은 노동자들이 '굶어죽을 자유'(마르크스)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의 지배하에서의 자유를 뜻한다. 쿄코가 여성으로서 사회와 남성의 지배에 관해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선택받지 못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영화를 보고 사회적 메시지를 찾아보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소노 시온의 작품들이 그렇듯 이 영화도 다양한 해석과 사회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아주 긴 변명  (0) 2017.09.05
[영화] 분노  (0) 2017.08.12
[영화] 자살 클럽  (0) 2017.06.27
[영화] 사랑의 죄  (0) 2017.06.27
[영화] 두더지  (0) 2017.06.25
[영화]신 고질라  (0) 2017.03.05
[영화] 너의 이름은  (0) 2017.03.04
[영화] 오디션  (0) 2017.02.10
[영화] 태풍이 지나가고  (0) 2017.01.05
크리피 : 일가족 연쇄 실종사건  (0)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