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배우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으로 알려진 배우 오달수의 주연 영화. 하지만 이 영화는 쫄딱 망했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닌, 시나리오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조감독을 했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영화 속 영화에도 '박쥐'와 비슷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 보인다.
첫 연출작품으로는 출연배우들이 굉장하다. 윤제문, 이경영이 등장하고 진경, 강신일 그리고 우정출연으로도 김명민, 유지태, 김새론, 이준익, 고준 등 인지도 높은 배우와 감독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배우들을 모아 놓고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에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이 매우 이상하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시나리오에 감독 이름만 있는 걸 보면 감독이 욕심을 좀 낸 듯 하다.
영화는 '휴먼공감코미디'라고 하는데, 장르가 딱히 코미디 같지도 않고, 휴머니즘을 느끼기도 어렵고, '공감'하기는 더더욱 힘든 내용이다. 대학로에서 20년 연기생활을 하고 있는 성필이 충무로로 진출해 영화배우가 되고 싶지만, 그가 연기를 못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싶지 않아보인다.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인맥을 통해 배역을 따낸다 한들, 그게 얼마나 먹힐 수 있을까. 성필이 배역을 따내는 과정도 억지스럽고, 실력으로 자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성공한 선배를 납치해 공갈협박, 애걸복걸하면서 배역을 구걸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고 볼썽사납다.
영화 속 영화는 누가 봐도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촬영하는 장면으로 보게 된다. 감독이 '박쥐'의 조감독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익숙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경영이 분장한 '깐느박'은 박찬욱 감독 그대로다. 성필이 영화배우로 등장하는 과정에서 굳이 '박쥐'를 채용한 것은 낯익은 것을 비틀어 웃겨보려는 의도인 것은 알겠지만, 오히려 영화 속 영화를 좀 더 낯설고 코믹한 것으로 만들어서 재미를 주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배우 오달수의 캐릭터가 우스꽝스럽고 코믹한 연기에 어울려서 시나리오도 '휴먼공감코미디'라는 주제에 맞춰 썼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오달수의 캐릭터를 새롭게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달수의 코믹한 캐릭터를 포기할 수 없었다면 코믹호러나 코믹스릴러 장르를 만들어서 오달수의 웃기면서도 엽기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이렇게까지 실망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배우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안이하게 처리하는 것은 감독의 능력부족과 함께 직무유기이기도 하다. 배우 오달수의 이름에 기대어 안일하게 연출한 결과는 참담하다. 영화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감독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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