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함께
웹툰을 안 봐서 다행이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주호민 작가의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아니어서 집중하기 어렵다. 그래도 스토리가 좋으니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무려 1천만 명 넘는 관객이 봤다고 하니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장르를 따지자면 코믹신파 쯤 되겠는데, 이 영화를 두고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고 한국 오락영화의 기술 수준이 좋아졌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내용으로만 봐도 이 영화의 내용만 보면 판타지로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의 배경을 보면 전혀 비논리적이어서 이야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영화는 불교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유교적 윤리관을 내세운다. 근본적으로는 죽음 이후의 세계 즉 '영혼'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사후 세계의 존재와 인과응보, 윤회 등 유신론에 바탕한 스토리텔링 자체가 모순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유신론적 세계관을 갖고 살아간다. 종교에 미쳐 날뛰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니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두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개인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 신이라는 관념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문제다.
여기 등장하는 저승차사나 대왕들은 완벽하게 인간의 세계에서 구축된 인물들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과 같다고 보면 된다. 즉 세계의 모든 '신'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한 존재들이다. 질투, 분노, 복수, 정의, 사랑, 자비를 행하는 신들은 인간의 간절한 바람이 형상화 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어느 시기든 평범한 대중은 욕망과 갈망을 함께 추구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아시아에서도 잘 통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아시아 대부분이 이런 불교적 세계관에 익숙하고 또한 유교적 전통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과는 다르지만 영화 주인공으로 소방관과 군인을 등장시킨 것은 한국사회의 민감한 현실을 반영한 전술이라고 본다. 소방관이 놓여 있는 현실은 죽음과 직면하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지이며 이것은 청년 실업자를 비롯해 취업준비생, 조기 명예퇴직자 등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상징하면서 이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한다.
또한 죽은 이의 가족은 홀어머니에 두 아들로 아버지가 없는 가족이다. 가장의 부재는 그 자체로 심각한 불균형과 결핍을 드러내는 것인데 여기에 어머니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형편은 사람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존엄성도 지키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 김자홍이 병든 어머니를 죽이고 동생과 함께 자살하려 했던 과거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현실이다.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1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돈을 벌어 집으로 보내는 김자홍의 태도는 대단하지만 그가 어머니를 죽이려 했던 원죄에 묻힌다. 실패한 패륜은 용서받을 수 있을까. 위대한 모성은 아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하지만, 자식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스스로 용서하지 못한다.
영화의 오락성을 돋보인 것은 컴퓨터그래픽이다. 대자본이 투자되는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이 영화에서도 일정 수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한국영화의 수확이다. 엔딩타이틀에서 컴퓨터그래픽 작업과 관련한 회사와 이름이 다른 영화보다 훨씬 많이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헐리우드보다 적은 예산으로도 괜찮은 품질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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