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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by 똥이아빠 2018. 2. 3.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가족영화라고는 해도 40대 이상의 나이든 사람들이 더 좋아할 영화. 나이들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남성은 여성처럼, 여성은 남성처럼 조금씩 변해간다. 나이 든 남자가 눈물을 자주 흘리는 건 감정이 풍부해서가 아니라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고아처럼 혼자 살아 온 조하는 웰터급 동양챔피언이 될 정도로 실력도 있고 열심히 살아 왔지만 나이 들고, 선수 생명도 끝나 지금은 전단지를 돌리며 만화방에서 잠을 자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살아간다. 그의 삶은 고단하다. 기댈 곳 없는 나날들, 부평초같은 떠돌이의 삶. 그의 마음에는 원망과 고통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그는 양아치가 되거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캐나다로 떠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그런 조하가 17년만에 엄마를 만난다. 그것도 친엄마를. 헤어져 살았던 17년의 삶이 어땠을지,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아들 조하를 폭력남편에게 맡기고 장애가 있는 막내만을 데리고 집을 나간 엄마의 삶은 어떠했을지. 친엄마를 만났어도 데면데면하고, 다른 사람에게 엄마라고 말하지 않고 아줌마라고 하는 조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신파의 클리셰를 모두 갖추고 있다. 남편의 폭력으로 자살을 시도했던 엄마는 다른 사람의 만류로 살아나지만 결국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젊은 여자가 몸도 성치 않은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반면 폭력 아버지와 둘이 남은 아들은 아버지에게 얻어 맞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 결국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조하는 고아처럼 살아간다. 조하가 겪었을 거친 세상의 풍파는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증오하고,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원망하면서 빗나가지 않고 복싱을 배워 동양챔피언이 되었다는 건 조하의 품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에서 빛나는 대목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준태의 모습이다. 피아노를 잘 치는 준태의 장면들은 영화에서 특히 음악의 효과가 탁월하게 발휘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같은 서번트 증후군이라도 준재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면 효과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음악의 효과는 대단했다.
조하가 술 마시고 차에 치이는데, 운전자가 재벌집 딸이었고, 또 하필이면 그 여성이 준태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였다는 것과 그 재벌 회장이 착한 사람이어서 준태의 갈라쇼 데뷔를 도와준다는 설정 등은 작위적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하의 엄마가 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것도 영화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지만 오래 헤어졌던 아들과 엄마의 화해 장면은 그런 장치라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울컥한다.
병실에서, 조하가 엄마에게 '왜 날 안 데려갔어요'라고 말할 때, 조하의 마음 속에 응어리진 엄마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터져나오는 것을 느끼면서 울컥한다. 엄마는 달리 변명하지 않고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엄마의 잘못이겠는가. 모든 잘못은 폭력을 휘두른 남편이자 아버지인 남자의 잘못이었던 것을. 조하는 엄마가 남긴 유언-동생을 잘 부탁한다-을 지킨다. 그에게도 가족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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