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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염력

by 똥이아빠 2018. 3. 29.


[영화] 염력


연상호 감독 작품.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그의 몸값이 치솟았을게다. 그의 초창기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사회의식이 강렬했고, 실사 영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도 용산 참사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재개발 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주인공신루미에게는 헤어진지 오래된 아버지 신석헌이 있는데, 무능한 아버지는 뒷산 약수터에 갔다가 우주에서 날아온 신비한 원석의 기운을 받아 염력의 능력을 갖게 된다.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경찰이 상가 건물에 투입되고, 상인들과 싸움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염력을 쓰는 신석헌은 경찰을 물리치고 참사를 막는다. 가족에게서도 외면당한 무지렁이 신석헌에게 염력이라는 초능력이 생긴 것은 우연의 산물이지만, 그 우연은 우리 사회가 만든 필연적 우연이다. 즉 사회에서 억눌리고 고통당하는 약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것은, 집단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지만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에게 대항하려는 반발에서 나온 것임을 우리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영화가 보다 직접적으로 현실을 반영하려면, 염력을 가진 자는 무능하고 무식하고 가난한 신석헌이 아니라, 돈과 권력을 가진 자본가에게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돈없어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무지렁이로 살아가는 인간들이 자기들의 권리를 주장하려고 몰려다닐 때, 자본가의 강력한 초능력인 염력을 써서 그들을 날려버리는 것이 리얼한 현실이다. 이 영화는 염력이라는 초능력이 소재라서 그 자체로 환타지 영화지만, 용산 참사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비극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끝맺음을 한다는 점에서 환타지 영화다. 현실은 훨씬 엄혹하고 냉정하며 잔인한데, 영화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초능력을 써서 자본과 권력을 이긴다는 설정은 잠깐의 위안은 될 지 모르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당의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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