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단 : 나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
넷플릭스. 13부작 다큐멘터리. 이 영화를 만든 장 자비에 드 레스트라드 감독은 이 영화에 무려 16년을 투자했다. 2001년 발생한 하나의 사건이 주인공 마이클은 물론 그의 가족 전체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았다.
13편의 이야기가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큐멘터리의 내용과 편집은 드라마틱하다. 실제 영화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실제 사건과 이야기의 전개도 스릴러를 능가할 만큼 긴박하고 변화무쌍하다.
이 긴 사건의 시작은 어쩌면 평범하다. 미국의 평범한 중산층 백인 부부의 집에서 아내가 계단에서 넘어져 사망했다. 당시 집에는 남편 마이클만 있었고, 마이클은 곧바로 911에 전화해 상황을 알린다.
하지만 주 검찰과 경찰은 어느 순간 마이클을 용의자로 단정하고 그를 살인죄로 기소해 재판을 시작한다. 재판은 2년 동안 이어졌고, 마이클은 배심원 전원 합의로 유죄가 인정되어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들어간다. 그리고 무려 8년의 시간이 지나고, 마이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던 사건에서 검찰 측 혈흔 검사 담당자가 독직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사건에서 유죄를 받아 감옥에 있던 사람이 17년의 감옥생활을 마치고 무죄로 방면된 일이 발생한다. 마이클의 사건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맡았던 바로 그 혈흔 검사 담당자는 검찰의 유죄 결론을 위해 검사를 조작했으며, 증거자료를 훼손했다. 그 때문에 마이클은 전혀 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2년의 재판과 8년의 감옥생활을 해야만 했다.
결국 재심이 받아들여졌고, 마이클과 가족은 당연히 무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미국의 사법체계는 검찰과 경찰이 독직을 저지르면 그것을 방어하거나 반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결국 2017년 재심 법정에서 마이클은 주 검찰과 유죄를 인정하는 형량 거래(앨퍼드 플리)를 하게 되고, 마이클은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8년의 복역으로 형량을 대신하게 된다. 16년의 시간을 13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주는 만큼, 마이클의 마음과 생각이 깊이 있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관객이 보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감정이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는 마이클이 겪는 부당한 사법 범죄를 고발하고 있지만,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형편없는가를 아는 것은 물론, 배심원 제도가 검찰 쪽의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그렇다고 배심원 제도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배심원이 더 적극적으로 검찰 쪽 증거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한 남자로서는, 자신의 아내가 사고로 죽었음에도 자신이 범인으로 몰려 오랜 시간 고통을 당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이클은 자신의 성 정체성이 드러나고, 전처의 사고사가 마침 계단 아래에서 벌어졌다는 이유로, 두 사건의 동일성에 의한 범죄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런 과거의 사건들이 마이클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 것은 틀림없고, 마지막에 형량 거래를 통해 유죄를 인정하게 되는 것도, 검찰과 경찰을 불신하는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죽음으로 시작한 이 모든 사건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일종의 후회와 속죄의 감정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 사건이 발생하고, 마이클의 친딸은 아버지를 범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다른 자식들-두 아들과 두 명의 입양한 딸은 아버지가 절대 엄마를 죽이지 않았다고 확신하면서 끝까지 아버지를 지지한다. 아내의 두 자매는 마이클이 자신의 여동생을 죽였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클을 비난하는데, 그 근거는 검찰에서 제공한 조작된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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