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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더 보이

by 똥이아빠 2019. 6. 23.

[영화] 더 보이

영화를 보면서 아들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케빈에 대하여'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아들이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명백하게 '수퍼맨'의 패러디가 확실해졌다. '수퍼맨'도 외계에서 왔고, 양부모가 키웠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고, 그 힘을 정의롭고 선한 일에 쓴다. 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고,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악한 존재로 바뀐다.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수퍼맨'처럼 인간을 위해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반대로 인간을 멸종시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분명 '수퍼맨'의 패러디이긴 해도, 사춘기를 둔 부모가 겪는 복잡하고 황당한 사건들을 상징적으로 그린 내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소년이 초능력이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청소년이 보이는 어른에 대한 반항과 일탈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소년은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같은 반 여자아이가 소년의 편을 들자 소년은 그 소녀에게 호감을 갖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지 못하고 소녀의 손목을 부러뜨린다.

소년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분명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소년이 똑똑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자존감이 강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도 혼자 잘 지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소년을 질투해서 따돌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소년의 부모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부모에 가깝다. 하나 뿐인 아들을 위해 정성을 들이고, 엄마는 아들을 무조건, 무한정 사랑한다. 이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해 꽤 오래 고생했지만, 결국 자신의 피를 나눈 아이는 얻지 못하고, 10년 전 어느 날, 마당에 떨어진 외계에서 온 물체 안에 아이가 들어 있었고, 그 아이를 운명처럼 자식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수 많은 설화의 기본구조다. 기독교 설화에서도 모세와 예수가 태어날 때, 이집트의 왕 바로는 2살 이하의 아기를 모두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리지만, 모세는 오히려 왕궁에서 유모로 들어온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다. 예수 역시 헤롯이 두 살 이하의 아기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지만, 그 와중에 살아남는다. 모세와 예수의 생애가 비슷한 걸 두고 신화의 복사라는 주장이 있는데, 그건 넘어가자.

주인공 소년이 지구에 착륙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지만, 소년이 살던 별에서 아이를 살해하라는 명령이 발생했고, 소년은 부모의 도움으로 어렵게 그 별을 탈출해 우주를 떠돌다 지구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소년이 성장하면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은, 선지자이긴 해도, '수퍼맨'처럼 선행의 선지자가 아닌, 악마의 선지자였던 것이 영화의 특징이다. 

외계에서 온 진화한 생명체가 인류에게 호의적인지, 악의적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인류는 외계 문명에 대해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다. 'ET'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외계 생명체도 있지만, 지구를 습격한 수 많은 외계생명체는 인류를 학살하고 멸종하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수퍼맨'으로 대표하는 외계의 초능력을 가진 진화한 생명체는 마음만 먹으면 지구 행성 하나쯤은 아무렇지 않게 박살내서 없애버릴 수 있다. '수퍼맨'이 등장하는 이유는, 현재의 인간이 가진 정신세계에 '절대 신'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구약에 등장하는 신은 사악하고 잔인하며, 악랄한 존재다. 서양에서 신은 공포의 대상이므로, 그런 존재를 '인격화'한 것이 '수퍼맨'이다. 물론 수퍼맨은 인류를 위해 선한 일을 하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시각을 살짝만 바꾸면, 수퍼맨의 능력으로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은 식은 죽먹기다. 따라서 인류는 수퍼맨에게 심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공포를 드러낸 것이 이 영화 '더 보이'다. 

외계의 고등한 생명체나 '수퍼맨'이나 이 소년과 같은 존재는 지구에 사는 인류가 생각하고 있는 '신'과 똑같은 존재이며,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인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며, 언제든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영화는 두 가지 의미를 혼재하며 흘러간다. 청소년기를 맞이한 소년의 반항과 외계에서 온 고등한 생명체가 인류를 공격하는 최악의 상황이 그것이다. 소년의 반항에 관해서는 부모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당연하다-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외계 고등생명체의 공격은 소년이 부모를 살해함으로써 시작된다. 여기서 '부모살해'는 신화 서사의 기본 구조이기도 하다. 자식은 자신의 부모, 특히 '아버지'를 살해함으로써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것은 인격으로서의 자식이 아니라, 역사를 의미한다. 

제우스와 오이디푸스는 각각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다. 정신분석학에서도 프로이트는 아이에게 있어 엄마를 두고 벌이는 최초의 경쟁자가 아버지라고 설정한다. 즉 아이에게 엄마는 '처음으로 자각하는 이성'이며, 경쟁자인 아버지를 물리침으로써 아이는 자신이 하나의 '이성적 존재' 즉 독립한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게 된다.

소년의 성장-부모를 죽임으로써-과 외계 고등생명체의 지구 공격이라는 두 가지 테마를 담고 있어서 보기에 쉽지 않지만, '수퍼맨'을 패러디했다는 것만으로도 비틀어보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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