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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시크릿 세탁소

by 똥이아빠 2019. 10. 20.

시크릿 세탁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명성에 걸맞는 멋진 작품을 내놨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 전에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였고, 가장 최근의 작품은 '사이드 이펙트'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꽤 오래 전부터 작품을 만들어서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63년생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조금 충격이었다. 특히 '사이드 이펙트'는 여러 번 다시 볼만큼 영화가 훌륭했는데, 소더버그의 깔끔한 연출은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 '시크릿 세탁소'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 미국의 기업, 금융 시스템을 정면으로 '까는'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엄청나게 화려한 것을 보면, 헐리우드의 배우들도 현재 미국의 기업범죄와 금융의 부조리, 부패에 관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원작자는 제이크 번스타인인데, 번스타인은 ICIJ(International Consortium of Investigative Journalists) 팀의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와 관련한 글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고, 워싱턴포스트, 불룸버그, 마더 존스, 가이던, 프로 퍼블리카, 바이스 등의 언론에 글을 썼으며, BBC, NBC, CNBC, PBS, NPR 등의 방송에도 출연해 미국기업과 금융의 문제점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번스타인은 이 책  Secrecy World(2018) 외에도  The Wall Street Money Machine(2011)와  Vice: Dick Cheney and the Hijacking of the American Presidency(2006) 등의 책을 저술했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선택한 원작의 부제는 '파나마 페이퍼컴퍼니, 불법자금 네트워크 그리고 글로벌 엘리트'라고 되어 있는데, 일반 사람이 알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와 내용을 원작자 제이크 번스타인은 아주 쉬운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더버그 역시 구체적 사례를 통해 국제 금융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벌어지고 있는가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따라서 이 영화는 전혀 골치 아픈 영화가 아니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흥미진진한 과정을 따라갈 수 있다.

헐리우드의 최고 배우들인 메릴 스티립, 게리 올드만, 안토니오 반데라스, 샤론 스톤, 제임스 크롬웰, 데이비드 쉼머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 것으로도 이 영화의 무게를 알 수 있다. 자칫 딱딱하고 재미 없을 것 같은 소재의 영화를 배우들의 연기와 깔끔한 연출로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

 

한 중산층 미국인(엘렌)이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남편이 호수에서 배를 타다 배가 침몰해 사망한다-으로 힘들어 하면서, 생명보험을 비롯해 선사의 보상금을 받는 과정이 나오는데, 중산층에 대학을 나온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엘렌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보험과 재보험, 재재보험의 네트워크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작은 배를 운영하던 선사의 사장인 매튜 역시,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었지만, 그 보험은 재보험으로 판매되었고, 그 회사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으며, 저 멀리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라는 작은 섬나라에 주소가 등록되어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얼마 전 한국에서도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과 관련한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외국의 작은 섬에 간 것을 봤는데, 미국 뿐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자본가들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돈을 빼돌리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페이퍼컴퍼니에 관한 이슈가 등장했고, 2008-2015년에 '역외탈세'를 조사해 6조2천억 원을 국가가 추징했다. 이는 2008년에 1503억 원에서 2015년에 1조 2861억 원으로 늘었는데, 이 엄청난 돈이 국내로 들어오지 않고, 외국의 은행계좌로 세탁이 되어서 들어간다는 뜻이다. 즉, 국가는 세금을 걷지 못하고, 국가의 부가 유출되는 것이며, 이것은 국민 전체에 손해가 됨을 뜻한다.

2013년 기사에서는 국세청이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제도 등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서 한국인 명단을 확보하고 세무조사에 들어갔는데, 여기서 모두 267명의 한국인이 발각되었다. 그 가운데는 전두환의 장남 전재국, 김우중의 3남 김선용을 비롯 30대 그룹의 오너와 그 일가, 임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세청이 하려고만 하면,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역외탈세, 금융범죄를 상당히 많이 찾아내고, 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최근 뉴스에서 탈세혐의자를 조사해 2018년 881명에게서 약 6959억 원을 추징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잔챙이들 말고, 진짜 큰돈을 빼돌리는 기업범죄를 밝히는 것이 매우 시급하고 중요하다.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돈을 빼돌린 한국인 명단을 취재해 밝힌 바 있다. 그들 가운데는 이 영화에 나오는 '모세카&폰세카'를 통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돈을 빼돌린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에서는 '모세카&폰세카'의 내부 정보가 어떤 알 수 없는 경로를 통해 유출되었고, 그 자료가 언론사로 흘러들어가 이들의 범죄가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는데, 여기에 한국인 명단이 상당 수 들어 있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세계 수많은 나라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자본가와 부르주아, 부패한 권력자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해외도 돈을 빼돌리고 있다. 국민이 가져야 할 부를 극소수의 악당들이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같은 평범한 시민이 자본가, 부르주아, 부패한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기업범죄, 금융범죄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영화는 거기까지지만, 시민들은 정부를 압박해 탈세와 돈을 빼돌리는 자본가, 부르주아, 부패한 권력을 밝히고,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명령해야 한다. 우리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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