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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로드 투 퍼디션

by 똥이아빠 2019.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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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드 투 퍼디션

 

느와르 형식으로 만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1930년대 미국. 금주령이 내려진 사회에는 밀주를 판매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마피아 조직이 있다. 보스에게는 친아들 코너가 있고, 고아였던 아이를 자식처럼 데려다 키운, 지금은 자신의 오른팔이 된 훌륭한 해결사가 있다. 이 해결사, 마이클은 결혼해서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평범한 가정을 이룬 중년의 남성이다.

코너와 마이클은 상대 조직의 중간 보스에게 경고를 하러 갔다가, 코너가 화를 참지 못하고 중간 보스를 살해한다. 그것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마이클이 운전한 차에 그의 큰 아들이 몰래 타고 있었고, 그 현장을 몰래 훔쳐보다 들킨다.

코너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만, 아버지이지 조직 보스는 아들 코너의 무능함을 탓한다. 결국 코너는 형제처럼 지내는 마이클의 아내와 막내 아들을 죽이고, 큰 아들은 겨우 살아남아 자신의 엄마와 동생을 죽인 것이 코너라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한다.

마이클은 최대로 인내하며, 자신을 키운 아버지같은 존재이자 조직의 보스인 존에게 경고한다. 코너를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폭력조직의 수장인 존도 멍청한 아들이지만, 혈육을 죽이지는 못한다. 오히려 마이클과 아들을 죽이라는 계속되는 암살 명령이 코너에게서 나오고, 존이 이를 묵인하는 걸 알게된 마이클은 존과 그 부하들을 학살하고, 코너도 사살한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따라붙은 살인청부업자에게 마이클은 결국 죽임을 당하고, 큰 아들 마이클 주니어는 자신을 보호해주었던 시골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찾아간다.

 

마이클 설리반은 아내와 막내 아들을 잃는다. 아내와 막내 아들을 죽인 것은 그와 형제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코너다. 코너의 아버지는 조직의 보스고, 고아였던 마이클을 데려다 키웠다.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일까. 무능하고 어리석은 아들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피를 나누지 않은 아들 마이클을 죽이기로 결정한 존.

존은 어리석은 아들을 끝까지 보호하려다 자신도 죽고, 아들 코너도 죽이고, 조직 전체가 궤멸되어 사라진다. 존이 만약 아들 코너를 죽이고 일을 마무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조직을 마이클에게 넘기고 자신은 은퇴했다면 비참하게 죽지 않았을 수 있다.

반면, 마이클은 아내와 막내 아들이 죽었지만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가 하는 일이 늘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었기에, 언젠가 자신이나 가족이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해결사 노릇을 하지만, 살아남은 큰 아들, 마이클 주니어를 깊이 사랑한다. 마이클이 총에 맞아 어느 한적한 시골의 외딴 집에서 늙은 부부의 도움으로 살아남았을 때, 마이클 주니어와 나누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어린 동생을 더 사랑하고, 자기는 싫어하느냐는 큰 아들의 질문에 마이클은 답한다. 너는 나와 너무 똑같이 닮았어. 그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깊은, 애정을 담은 말이었다.

마이클은 자신이 머지 않아 죽을 운명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아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다. 

존이 아들 코너를 대하는 태도와 마이클이 아들 마이클 주니어를 대하는 태도에서 아버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아버지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내게 아버지는 무능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인생도 실패했고, 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실패한, 한심하고 무능한 인물이었다. 그는 젊은 아내가 벌어오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기대 연명하는 기생충이었으며, 자식들을 돌볼 능력도 없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라졌다.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런 결정을 하고, 행동을 옮긴 늙고 병든 아버지를 오랜 시간이 지나 생각하면서, 그가 느꼈을 고독과 비애를 떠올렸다.

나도 이제 오래 전 사라진 아버지의 나이에 가까워오고, 아들이 있다. 나는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내가 아버지가 될 거라고는 젊었을 때 상상하지 못했고, 어린 자식을 키울 때는 아버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거의 모든 아버지는 어설프다. 완벽한 아버지도 매우 드물게 있겠지만, 아버지라는 존재는 자식과 함께 성숙한다. 자식이 없는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듯, 아버지도 자식이 성장하는 것과 함께 성장한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와 자식-특히 아들-은 서로에게 거울이다. 상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마이클 주니어도 말한다. 사람들은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에게는 그저 '아버지'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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