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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by 똥이아빠 2022.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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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나이슐러의 두 작품
-'하드코어 헨리', '노바디'
 
우연히 유튜브에서 '노바디(Nobody)' 클립을 하나 봤다. 버스를 타고 가던 주인공 하치(밥 오덴커크)는 버스에 올라탄 불량배들과 격투를 벌이는데, 1대 5의 싸움은 좁은 공간에서 온몸으로, 격렬하게, 실제 싸우는 것처럼 감정을 담아 타격하는 장면을 보고, 곧바로 유튜브에서 영화를 구매했다.
주인공 하치는 미국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와 '베터 콜 사울'에 등장하는 '사울 굿맨'으로 처음 알게 된 배우다.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조연으로, 그리 큰 비중은 없었지만 타락한 변호사로 흥미로운 인물이었고, '브레이킹 배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프리퀄 스핀오프 작품이 제작되었는데, 그 주인공으로 '브레이킹 배드'에서 변호사 역이었던 '사울 굿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베터 콜 사울'에서는 '사울 굿맨'이 아닌, 타락하기 이전의 '지미 맥길'이라는 본명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노바디'는 영화 '존 윅'과 상당히 비슷한 전개와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직에서 은퇴한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존 윅'에서는 사랑하는 강아지로 인해 주인공의 분노가 폭발하고, '노바디'에서는 딸이 좋아하는 고양이 팔찌가 사라진 것으로 주인공의 분노가 폭발한다.
'노바디'는 '아무도 아닌' 사람이면서,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다. 주인공 하치 맨셀은 평범한 사람이고, 지극히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그는 중산층 아니 중하층 정도의 삶을 유지하는데, 아내는 그 지역에서 '잘 나가는' 직장 여성이고, 장인과 처남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치는 그 회사에서 재무를 담당하며 일상을 살아가는데, 일주일이 거의 변함 없이 단조롭고 지루하다.
어느 날, 집에 강도가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되어 하치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간다. '존 윅'과 다른 점은, '존 윅'은 스스로 과거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전혀 없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경우고, '노바디'의 하치는 현재의 삶이 단조롭고 재미가 없어서 뭔가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갈망이 있었다는 점이다.
집에 침입했던 강도를 찾아가지만 그들은 젊은 부부로, 가난했고, 아기가 있어서 응징하지 못하고 되돌아 나온다. 내가 유튜브에서 본 클립은 하치가 그렇게 울분을 삼키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불량배들과 싸워 묵사발을 낸 하치는 기분이 좋아졌지만, 이 사건은 '나비의 날개짓'이 되어 엄청난 결과로 돌아오게 된다. 불량배 가운데 한 청년의 형이 러시아 마피아 율리안이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치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과 대결을 벌이는 상황으로 전개된다.
 
'노바디'를 보면서, 음악이 퍽 신선하게 들렸다. 영화는 반전이나 복선 없이 흘러갔고, '존 윅'의 패러디라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는데, 영화 속 음악들이 귀에 특별히 들어왔다. '노바디'를 보고 이 감독의 다른 작품을 찾아봤더니 '하드코어 헨리'가 있었다. 이 영화도 예전에 봤는데, 처음 볼 때는 FPS 게임을 보는 느낌이었고, 신선한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찬찬히 다시 보면서, 감독의 연출 역량, 스토리텔링, 카메라의 움직임 등이 예사롭지 않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 가운데 특히 음악이 탁월했는데, 일리야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락 그룹에서 보컬과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은 음악, 영화에서 뛰어난 능력을 드러내는데, 그 자신도 여느 배우 못지 않은 잘 생기고 훌륭한 몸매를 가진 인물이다. '하드코어 헨리'는 일리야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데, 이런 1인칭 FPS 영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는, 그가 자기 그룹의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1인칭 기법으로 만들었던 것이 '원티드'를 만든 영화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보고는, 일리야에게 장편 영화로 만들어보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있는 일리야 감독의 뮤직비디오들은 한편, 한편이 단편영화처럼 놀라운 완결성과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준다.
'하드코어 헨리'는 사이보그 인간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깨어나면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인간'은 자신을 사이보그로 만든 아내이자 과학자인 에스텔이 눈앞에서 아칸에게 납치당하는 걸 목격하고, 에스텔을 구하려 한다. 그를 돕는 지미가 있고, 음성 기능이 제거된 주인공은 지미의 도움을 받으며 적의 소굴로 들어간다.
 
'하드코어 헨리'가 더욱 멋진 작품인 이유는 바로 음악에 있다. 락밴드의 리더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실력인 만큼, 음악을 고르는 수준이 남다르다. 1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장면은 많이 흔들리고 어지럽지만, 그만큼 몰입도는 강하다. 여기에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넣어 작품을 더욱 풍성하고 입체감 있게 만들었다.
'하드코어 헨리'는 러시아에서 만들었고, '노바디'는 헐리우드에서 만든 첫번째 영화인데, '하드코어 헨리'에서 보여준 독창성과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장면보다는 '노바디'는 상당히 순화된 연출이어서 아쉽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 음악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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