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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과학을 읽다

우주의 기원

by 똥이아빠 2022.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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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짧은 시간 살다 죽지만, 그 시간이 행복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나이 들어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부터다. 현대 자연과학은 우주의 기원부터 인류의 진화까지 이론과 실험을 통해 많은 부분 밝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인류가 존재한 이후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에 속한 나라에서, 배 곯지 않고 사는 걸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지구 인구의 50억 명은 지금도 가난과 굶주림,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며, 전쟁과 자연 재해로 고통받는 삶을 산다.
풍요로운 나라에 살아도 무지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많다. 인간이 만든 '신'을 믿으며, 어리석고 멍청하게 사는 사람도 많고, 눈앞의 쾌락을 추구하며 넓고 깊은 세상을 모른 채 사는 사람도 많다.
'개인'은 사회의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환경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존재다. 이런 한계를 안고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순수한 기쁨'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부터 그런 감정을 느꼈다.
 
다른 모든 학문은 인간의 실제 삶에 필요하거나 영향을 주고 받지만, 자연과학은 지금 우리의 삶과 직접 관련 없는 경우가 많다. 수학의 순수한 이론적 성취를 예로 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리만 가설', 푸앵카레 추측', '골드바흐 추측' 같은 이론은 한평생 살면서 전혀 몰라도 되는 지식이다.
특히 이 책처럼 우주를 다룬 지식은 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내용이며, 모른다고 창피할 것도 없다. 우주, 별의 탄생과 죽음, 태양계, 원자, 양자 같은 이론과 지식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읽기에 어렵다. 자연과학은 기본이 어렵다. 이 분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활동하는 공간이고 영역이다. 이들을 우리는 '천재'라고 부른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피보나치, 오일러, 갈루아, 가우스, 칸토어, 페렐만, 힐베르트, 리만, 와일스 같은 수학자, 갈릴레이, 코페르니쿠스, 닐스 보어, 프랑크, 패러데이, 뉴튼, 아인슈타인, 스티븐 호킹, 슈레딩거, 페르미, 케플러, 파인만 같은 물리학자 그리고 자연과학 각 분야마다 존재하는 무수한 천재들은 인류의 0.0001%도 안 되는 매우 뛰어난 존재들이며, 인류의 빛과 희망이다.
우리는 이들 천재가 만든 길을 따라가며, 그들이 만든 세계를 보고 놀라고 감탄한다. 우리는 그 세계를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들이 만든 세계가 우리의 생활을 놀랍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만든 세계는 우리 삶과 생활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지만, 그 자체로 인간의 '이성 활동'의 놀라움과 순수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영역이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학자, 전문가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을 위해 최대한 쉽게 쓴 자연과학 개론, 기초 입문서를 많이 출판하고 있다. 내가 자연과학 책을 읽기 시작한 건 2000년 초반부터인데, 이 시기가 한국출판계에서 자연과학 책을 본격 출간하던 때라고 알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사회과학과 문학이 주류였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출판의 흐름에도 변화가 온 것이다.
가장 먼저 자연과학의 선두에 서서 대중을 이끈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였다. 이 책은 1980년대 초반에 출간했으니 이제 40년이 된 고전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고,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만큼 진화론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기적 유전자'를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의 (한글로 번역한) 다른 책들을 다 읽고, 진화와 관련한 다른 책들, 수학, 물리학, 천문학, 우주와 관련한 책들을 꾸준히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다 어려웠지만, 어려워도 꾸준히 읽으니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고, 여전히 모르는 내용이라도 읽으려 노력한다.
 
이 책은 우주의 시작과 진화에 관한 내용을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우주가 138억년 전에 빅뱅으로 탄생했다는 건 현재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 우주로 올라간 제임스 웹 천체망원경으로 관찰하게 되면 또 어떤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을지 몹시 기대하는데, 지금의 과학으로도 빅뱅 이후 10의 -35초때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를 추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더 놀라운건, 10의 -35초에서 -33초 사이에 가속팽창을 한 것까지 밝혔는데, 우리의 상상으로는 10의 -35초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가사의한 순간인데, 이걸 현대 인류의 과학이 포착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빛이 도달한 거리까지여서, 138억년의 시간이라고 알 뿐, 그보다 멀리 있는 우주는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우주가 여러 개인지, 닫혀 있는지, 몇 개의 차원인지 아직 모르는 것이 매우 많지만, 인류는 멸종하는 순간까지 우주의 비밀을 알려고 노력할 것이다.
 
옛날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채널 사이에서 지직거리며 화면이 물결처럼 흔들리면서 잡음이 들리는데, 그게 바로 '우주복사'의 흔적이고, 138억년의 파동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가 우주와 아무 관련도 없지 않다는 걸 깨닫고,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가 우주에서 온 것이며, 우리가 죽어 육체가 사라지면 모두 원자가 되어 다시 우주로 돌아간다는 이 '과학적' 사고방식이야 말로 어떤 '종교'나 '신'보다도 더 아름답고 신비하지 않은가.
우주를 공부하는 건 '순수한 기쁨'을 얻는 지식이자, 삶을 겸손하게 살아가는 동기가 된다. 우리는 저 우주 속에서 '창백한 점'으로 존재하며, 아무리 날뛰어도 우주에서는 티끌보다 작은 존재로 살다, 바다의 파도 위에 잠깐 떠오른 물방울처럼 이내 사라지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면, 겸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우주를 바라보고, 우주를 생각하는 건, 내가 '인간'으로 진화한 동물의 후손이고, 말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존재라는 걸 깨달으면서, 더 없이 고맙고 행복하게 여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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