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진 하루!/2006년

2006년-정배아빠 모임

by 똥이아빠 2012. 2. 19.
728x90


2006년 3월 중순. 정배학교는 공교육의 분교학교로 작은 학교지만, 2000년 폐교반대 운동 이후, 2010년까지 약 10년 동안에 의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2000년 당시, 학교가 분교에서 그나마 폐교되기 직전까지 갔는데, 마을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쳐 폐교를 막을 수 있었고, 이후 학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정배학교의 폐교운동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2003년에 들어왔는데, 그때 학생 수는 스무명 안팎이었다. 또한, 학생 가족의 대부분은 도시에서 들어온 30-40대의 젊은 부부들이었고, 마을의 토박이 부모는 두 가구 정도였다.
정배학교에 들어온 학부모들의 성향은 어느 정도 비슷했고, 또한 그 지역의 생협인 팔당생협의 회원들이 대부분이어서(우리도 물론)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에 학부모들도 적극 참여했고, 우리는 스스로 '공교육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만큼 공립학교와는 다른,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운영했고, 학부모들이 더 열성적으로 참여해 어린이들과 함께 캠프며, 프로그램들을 운영했다.
공교육 틀 안에 있는 선생님들로서는 좀 귀찮거나, 괴로운 일이기도 했겠지만, 정배학교의 분위기가 어떻다는 것은 양평의 모든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들도 알고 있어서, 독특한 이미지로 주목받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기존의 대안학교인 '성미산 학교' 등에서 정배학교로 전학을 온 어린이들도 여럿 있었고,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어서 학교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를 두고 진지한 고민들을 많이 했다.


학부모들은 거의 날마다 즐겁게 교류했다. 적게는 서넛이, 많게는 수 십명이 모여서 술자리를 만들거나, 엄마들끼리 점심을 같이 먹거나 하면서 도시에서의 경쟁과는 거리가 먼, 행복한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2005년 초까지는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자주 어울리지 못하다가, 2005년 8월에 정배리에 집을 짓고 들어오면서 본격 어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집에서 일을 했으므로, 낮에는 엄마들과도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엄마들 모임에 아빠 한 두명이 어울리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화기애애하고, 정겨운 분위기는 규혁이가 졸업하기 전까지였다. 이미 2008년 이후로 도시에서 정배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학교의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학부모의 성향도, 교류도 예전같지 않았으며, 최근에 겪은 경험으로, 정배학교의 학부모 수준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대하지도 않는다.
결국, 우리의 전성기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요즘은 요즘대로 좋은 점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정배학교'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반응형

'멋진 하루! > 2006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봄이 오는 마당  (2) 2012.02.20
2006년-못자리  (2) 2012.02.19
2006년-정배가족 체육대회  (0) 2012.02.19
2006년-우리동네음악회  (0) 2012.02.19
2006년-강아지  (0) 2012.02.19
2006년-두루치기  (0) 2012.02.19
2006년-마을청소  (2) 2012.02.19
2006년-저녁 반찬  (0) 2012.02.18
2006년-2학년  (2) 2012.02.18
2006년-우리동네음악회  (0) 201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