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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2010년

2010년-소박한 밥상과 어머니

by 똥이아빠 2013.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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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때, 나는  마을 이장을 하고 있었고, 마을과 관련한 일들로 몸도, 마음도 바빴다. 7월 말에 복놀이를 한다고 농협에서 반찬값도 받고, 닭 36마리도 받았다. 어머니는 며칠 전에 양평에 있는 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이 무렵에는 하루에 한 번은 방문을 했고, 가족들도 모두 모여 어머니를 뵈었다.
이 상을 차린 날은 마침 마당 잔디를 깎은 다음, 비가 조금 내렸고, 이렇게 저녁을 차려 간단하게 먹었다. 어머니가 몹시 쇠약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갑작스레 돌아가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새벽 1시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전화를 받을 때는 이미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이었다. 새벽 1시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산길에는 달이 밝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어머니가 계신 병실로 가자, 어머니는 침대 위에서 아직 눈을 뜨고 계셨다. 내 손으로 어머니의 눈을 감겨드렸다.
어머니가 임종하는 것을 지키지 못했으니, 나는 불효자다. 이미, 어머니 생전에도 나는 불효자라는 것을 공공연히 떠벌일 정도로 뻔뻔하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쉬실 때,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이 시간이 가면서 깊어진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게 죽는다. 죽는다는 것 자체가 외로움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지켜본다 해도, 죽음은 나 혼자 맞는 것이기 때문에 외롭다. 그렇게 어머니도 외롭게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한평생 고생을 하며 살았고, 그나마 돌아가시기 한동안이 당신의 삶에서 평안한 때였을 것이다. 자식이 밥을 굶지 않고, 손자들도 잘 자라는 것을 보고 돌아가셨으니, 삶은 고달팠겠지만, 죽음은 평안하지 않았을까.
어머니의 죽음 뒤로, 시도 때도 없이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삶과, 어머니의 죽음과, 어머니의 인생을.
삶은 그리 대단할 것도, 유난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언제든 죽는 것은 그리 무섭거나 두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죽게 되어 있으니까. 안타까움과 가슴 아픈 기억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다.
어머니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어머니의 나무껍질 같은 손을 자주 잡아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 어머니에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드리지 못한 것이 죄스럽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그 분의 잘못이나 미웠던 기억보다는, 내가 잘 해드리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난다. 부모는, 자식의 껍데기이기 때문일까.
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내 마음에는 살아 있으니, 살아 계신 내 마음 속에서라도 잘 해드려야겠다. 어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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