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어떤 고백의 기록.
진짜 범인이 아님에도, 무기 징역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기록.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감형 없는 무기징역으로 지금도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인데, 이 영화만 본다면 이들은 모두 경찰에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 쓴 무고한 사람들이다.
범죄의 증거물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자백'만으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심하게 되지만, 미국은 그것이 가능한 나라로 보인다. 이 영화가 충격적인 것은, 경찰의 조작 과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하고 잔인하며 끈질기다는 점 때문이다.
경찰은 결코 이들을 때리지 않는다. 오히려 피의자로 점찍은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고, 진심으로 그를 도와주려는 선의를 보이는 듯 하다. 하지만 경찰들은 협박과 회유와 거짓말과 최면술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점찍은 사람이 자백하도록 만든다.
이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경찰의 가증함에 분노하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멍청할 정도로 한심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바보처럼 보였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 분명함에도 그들은 변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경찰들이 하는 질문, 유도심문에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유도심문을 하는 경찰에게 불법을 고발할 거라고 말해야 하는데도 그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기만 했다.
그 결과 그들은 유죄를 선고 받고 평생을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여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고, 지적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경찰들은 진급하는 것이다.
미국의 사법체계는 우리와 다르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법의 투망을 빠져나가는 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고, 그들은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거의 법의 심판을 받지 않지만,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서민들은 작은 죄만 저질러도 그가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간첩이 조작되는 사건이 매우 많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간첩들이 최근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모두 무죄가 되는 사건들이 많았는데, 60년대 이후 국가정보기관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서민을 간첩으로 조작해 독재체제를 유지하려 했었다.
미국은 사상과는 관계가 없지만 살인자를 조작해서 무기징역을 살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사실이 충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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