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디자인의 미학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나 같은 사람-이라면,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진진하다. 일러스트레이션, 신발 디자인, 무대 디자인, 건축, 자동차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사진, 인테리어 디자인 등 모두 여덟 분야에서 일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완성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크리스토프는 '뉴요커'의 표지 그림을 많이 그린 작가로, 그가 창작하는 과정을 작가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개성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작가의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과 어려운 만큼 즐거운 작업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이키의 신발 디자이너 팅커 헷필드가 나이키를 상징하는 '에어 조던'을 처음부터 마지막 버전까지 디자인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은 한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 어떻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던 전혀 새로운 기능을 처음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들의 작업이라면 그런 창작의 어려움과 놀라움은 당연하다.
무대 디자이너 에즈 데블린은 스스로도 말했듯, 기존의 무대 디자인이 평범하고 도식적이라고 생각했고, 다른 디자이너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무대 디자인을 시도해서 성공한 경우다. 좁은 연극무대 공간부터 초대형 무대까지 공간을 다루는 무대 디자인은 시각적 디자인 뿐 아니라 관객의 심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꽤 복잡한 작업인데, 유명 가수들의 무대 디자인을 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그가 남다른 상상력을 발휘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의 경우는 더 놀랍다. 젊은 건축가가 기존의 건축가들이 하지 못했던 놀라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은 한편으로 비판과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것이 시기와 질투 때문이든, 정당한 비판이든 이야케 잉겔스가 만든 건축물이 그를 말하고 있으니, 그를 비판하려면 그의 건축물을 들여다보면 된다.
크라이슬러 총괄 디자인 팀장인 렐프 질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자동차 디자인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경우다.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차에 매료된 렐프는 그림을 잘 그리는 그의 재능에 힘입어 멋진 자동차를 끊임없이 그려왔다. 그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의 형이 독려한 덕분에 자동차 디자이너의 삶을 살기 시작했고, 꽤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타이포그래픽 디자이너 폴라 셰어는 시각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픽이 공공디자인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중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런 공공디자인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이 활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이 결국 사람들의 생활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일상을 더 안전하고 편하고,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 플라톤은 무수히 많은 유명인-정치인, 예술가, 스포츠 선수-는 물론 평범한 사람들의 사진을 특별하게 찍어서 사진만으로도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인물 사진은 단지 잘 찍는 것보다는 사진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과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중요한데, 플라톤의 사진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는 사진을 찍히는 대상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가서 개인적인 감정을 나누는데, 그런 감정의 교류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 기본이라고 플라톤은 말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세 크로퍼드는 이케아와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로 사람 중심의 디자인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나부터-인테리어 디자인은 건축 디자인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훨씬 독립적이고 중요한 분야라는 것을 일세 크로퍼드는 보여주고 있다. 건축이 사람들의 삶을 거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라면, 인테리어는 미시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활동이고,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테리어 디자인의 영향을 받는다.
디자인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을 인식하고 디자인에 가치를 부여하고, 좋은 디자인, 훌륭한 디자인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고, 일상에서 그런 디자인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디자인이 뛰어난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보통 뛰어난 디자인은 가치가 높고 따라서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이케아처럼 일상의 제품들은 디자인이 좋아지고 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을 알아보는 안목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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