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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by 똥이아빠 2017.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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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청년 취업 문제는 심각하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학교는 취업을 위한 학원에 불과하고, 기업의 취업문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노릇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보수적이어서 사회의 기본틀-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체제가 요구하고 만든 시스템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맞추려고 애쓴다. 그 결과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청년실업과 양극화다. 청년실업 문제도 그 원인은 교육에 있다. 유치원부터 경쟁체제를 도입해 자기의 자식이 다른 집 아이들보다 더 우월해야 하고, 더 똑똑해야 하고, 영어를 더 잘 해야 하고, 상장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부모들은 가지고 있다. 이런 강박은 초등학교부터 더 심해지기 시작해 고등학교에서 절정에 이른다. 아이의 적성이나 재능 따위는 간단하게 무시된다.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따돌림과 폭력 그리고 성적 때문에 자살을 해도, 오로지 자기 자식만 무사하면 된다는 일차원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한쪽으로만 달려가 집단 자살을 하는 들쥐떼들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는 군상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서 친구와 함께 삶을 즐긴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이기적 개인주의를 조장하고 기획하며 체제화하고 구조화하는 것이 바로 자본이다. 
개인이 자본의 본질을 꿰뚫고 그 의도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소비에 가담하지 않고, 기존 질서와 제도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제도는 인간이 아니고 굳건하며 마치 카프카의 소설 '성'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늘 안개에 싸여 모호한 형태에 결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개인이 대항하기에는 너무나 위협적인 대상이다.
하지만 심각한 경쟁과 이기심을 바탕으로 만든 사회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살아 있는 사람들도 위협을 느끼게 되고, 이 사회의 구조가 잘못된 것임을 깨닫기 시작한다. 지금 세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는-일단 다른 체제는 거론하지 말자-사람들은 경쟁과 착취가 기본인 자본주의 체제가 결코 올바르지 않고, 사악한 제도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고, 이 상태로는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도 깨닫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보이는데, 그 현상의 단초는 개인들의 일탈이다. 체제의 속박에서 견디기 어려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체제 밖으로 나가거나 체제에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개인들이 모이면서 작은 단위의 단체가 생기고, 각 지역마다 작은 단위의 단체들-환경보호, 유기농 생산, 협동조합 등-이 연합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전국적 단위의 조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악랄한 회사에서 착취당하던 주인공이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가 우연히 만난 또래의 청년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매우 안타깝긴 하지만 한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기도 한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괴로움을 쉽게 비판하는 것이 결코 옳지 않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만 넓었더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할 것이고, 그것이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학교는 다니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대학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에 취직하는 게 목숨 걸 일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려갈 때, 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이며, 자신감이다. 학교에서, 성적 때문에, 취업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어리석은 짓인가를 이제는 깨닫고,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하루 두 끼, 하루 한 끼만 먹겠다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면 분명 길은 보일 것이다.
우리가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사회의 기본 보장 제도와 공공성의 강화를 부르짖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경쟁과 착취에 기반한 악랄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만들면, 자본의 노예가 되어 고통스러운 삶을 살지 않아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으므로, 개인들이 뭉쳐서 자본에 저항해야 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쟁취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의 기본권이기도 하며,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자유, 생존을 위한 의식주. 노동시간의 단축, 기본소득제 등등. 개인이 뭉치면 거대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 이상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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