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과 데이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저예산 영화지만 비교적 재미있게 만들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면서,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누굴까 궁금했다.
영화는 19금인데, 이 영화를 왜 19금으로 지정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선정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은데, 다만 약간의 폭력성이 보이긴 해도 19금 지정은 너무 심하다는 판단이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상식의 틀을 조금 벗어난 것이 재미있다. 킬러가 등장하고, 총을 쏘지만 기본은 코미디다. 이제 막 열여덟 살이 된 어린 여성 둘이 살인전문가라는 설정은 스릴러보다는 코미디에 어울린다. 두 사람은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하지만 두 여성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브로커는 의뢰인과의 사이에서 돈을 빼돌리는 것이 분명하다. 사람을 죽이고도 300달러짜리 옷을 사 입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다는 것은 그들이 심하게 착취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두 여성이 만나게 되는 목표물은 아주 쉬운 상대라는 말을 듣고 선뜻 수락하지만-실제로도 쉬운 상대다-그들이 죽이려는 사람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쉽지 않게 된다. 두 여성이 킬러로서 보여주는 태도는 분명 심각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태도지만, 코미디로는 공감하게 된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위해 목표물인 남성은 스스로 죽기를 작정하면서도 자신이 죽어도 큰 문제가 없을 사연을 만든다. 즉 그는 췌장암을 앓고 있고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다. 즉 언제 죽어도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다만 마지막에 반전이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반전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코미디라고는 해도, 주인공인 두 여성 바이올렛과 데이지의 과거를 짐작하면, 이 영화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드러내게 된다.
두 여성은 아직 어린데 사람을 죽이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 단서를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아주 짧게 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들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기관에서 양육되었고, 어려서부터 킬러 훈련을 받은 걸로 보인다. 그리고 두 여성의 뒤를 이을 어린 여성들이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단체로 생활하고 있다.
두 여성이 가족이나 자매, 남매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이 가족의 부재에 관한 단서다. 이들을 키우고, 킬러로 만드는 것이 범죄단체라는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이들이 사람을 죽이고 받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킬러를 부리는 누군가는 고아를 키우거나 아이를 납치해 키워서 킬러로 써먹고 버린다. 이들의 죽음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 여성들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킬러로 살지 않으려는 순간, 다른 킬러에 의해 죽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코미디지만, 이야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잔혹한 현실이 숨어 있다.
다만 영화의 내용만으로 보면, 죽기를 자처하는 남자가 킬러들의 보스 돈을 훔쳤다는 설정이 나오는데, 그것은 영화 끝까지 아무런 내용이 없는 맥거핀이다. 영화가 보다 역동적이고 스릴이 있으려면, 남자와 돈, 두 여자 킬러 사이에 드러나지 않는 계약관계가 성립해야 하고, 남자를 죽이려 찾아오는 다른 킬러들과의 전투를 드라마틱하게 만들면서, 남자의 정체가 가장 마지막에 예상하지 못한 인물로 드러나면 좋겠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영화가 2014년 한국에서 개봉했고, 관객이 불과 54명에 불과하다는 '다음' 영화 정보다. 아마도 홍보가 안 되어서 그렇겠지만, 이 영화는 별 생각 없이 보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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