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쇼트
피범벅의 고어, 슬래시 무비나 공포, 호러 스릴러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더 무섭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것이 퍽 안타깝다.
이 영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로 월스트리트 무비다. 초고층건물, 고급 양복을 입은 펀드매니저와 고급 외제차, 호화 파티와 성공 신화로 알려진 바로 그 월스트리트의 신화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금융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2006년 무렵, 미국의 금융업은 초호황 상태였다. 모든 은행, 펀드, 주식 시장은 돈을 벌었고, 금융업은 제조업과 IT를 제치고 가장 인기 있고 수익이 높은 직종이어서 인재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모기지 상품을 발견한 금융계는 채권과 펀드 상품을 무한대로 만들어 내면서 담보 대출을 통한 수수료로 거액을 챙기고 있었다.
모두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때, 금융업이 초호황을 누리며, 모두가 돈을 벌고 행복하다고 말을 하던 바로 그때, 극소수의 사람들이 미국 금융의 비밀에 접근한다. 비밀이라고는 해도 이미 공개되어 있는 자료들을 가지고 정확한 통계를 내기만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주식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에서부터 이제 막 펀드 시장에 뛰어든 신참 20대 젊은이까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이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고, 머지 않아 폭락을 시작할 거라는 예측을 거의 동시에 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폭락에 공매도를 한다. 이때 이들의 행동은 거의 미친 짓으로 받아 들여졌고, 대형 은행과 신용평가회사는 이들의 행동을 비웃었다.
통계는 과학이고, 확률이어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폭락의 조짐이 보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이미 4%대의 하락세를 시작으로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폭락을 눈치 채기 시작한 대형 은행과 펀드 시장은 사태를 바로 잡기에는 때가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통계에 의하면 하락폭이 7%에 이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모두 파산하게 되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19%가 하락할 때까지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대출의 가치는 하락하지 않고 있었다. 상품의 가치 변동률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인데, 이것은 대형 은행과 펀드회사들의 의도된 행동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공매도한 쪽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이 명백하게 사기를 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은행들이 파산하고 미국 경제 뿐 아니라 세계 전체의 경제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지만 미국 정부는 금융자본가들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자본을 도와주었다. 월스트리트의 사기 행각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으며, 손해 본 사람은 유일하게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서민들 뿐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되는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금융계는 거대한 사기 집단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명확하게 보여준다. 수많은 금융상품들은 금융회사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고객은 그 구조 속에서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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