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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사냥의 시간

by 똥이아빠 2020.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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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시나리오가 많이 안타깝다. 명작 '파수꾼'을 연출한 윤성현 감독의 작품이라면 이보다는 훨씬 나은 작품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는 너무 감상적이고, 감성적이다. 그것이 이 어설픈 세 청년의 수준과 맞는 사실에 가까운 설정이라면, 영화 분위기-아포칼립스-와 괴리가 크다. 따라서 인물과 시대가 동질성을 가지려면 이 영화는 악당에 의한, 악당을 위한 영화가 되어야 한다.

미장센이 아무리 훌륭해도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미장센은 시나리오의 배경이지 본질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치콕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시나리오, 시나리오, 시나리오'라고 했다.

준석, 장호, 기훈은 조직폭력단이 운영하는 사설도박장을 턴다. 이 장면에서 단 한 사람도 죽이지 않는데, 긴장감이 많이 떨어진다. 조폭들이 반항하고, 준석, 장호, 기훈이 어쩔 수 없이 몇 명을 죽이는 것이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필요했고, 이후 조폭들의 추격에 맞서 총격전이 벌어져야 했다. 감독이 의도한 것은 영화 '히트'나 '터미네이터'의 인간 버전이었을지 모르지만,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감상적이고, 감성적이어서 이야기의 개연성이 많이 부족하다.

사냥꾼 '한'은 주인공 세 명을 다 잡아 놓고도 죽이지 않고 다시 살려준다. 이 장면에서 이 영화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한'이 이들을 놔줄 어떤 명분도 없음에도 도망가라고 말하고, 다시 뒤를 쫓는다. 주인공 세 명은 쫓기는 동물처럼 벌벌 떨며 도망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불분명하다. 감독은 준석, 장호, 기훈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 주인공은 '한'일 수 있다.

영화는 의외로 등장인물이 적다. 초반에 사설도박장에 사람들이 많은 걸 제외하면, 영화는 줄곧 세 사람의 주인공이 쫓기고 있고, 사냥꾼 '한'이 이들을 쫓을 뿐이다. 거리에는 사람들도, 차도 거의 보이지 않고, 차가 건물이 대량으로 파괴되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거리와 건물에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많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사냥꾼에게 쫓기던 네 명의 친구는 하나씩 죽는다. 이들은 사설도박장을 털어 그 돈으로 대만으로 밀항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했지만, 꿈을 이룬 것은 준석 뿐이다. 준석이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불법무기 판매업자인 형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한데, 영화 중반에 일방 당하던 이 무기판매업자가 살아남아 사냥꾼 '한'을 처치하면서 준석을 살려준다는 설정도 어설프고 무리가 있다. 

대만으로 밀항해 새로운 삶을 살던 준석은 친구들의 생사가 궁금하고, 자신을 쫓던 사냥꾼에게 더 이상 쫓기지 않겠다고 결심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주인공의 급격한 심리변화는 인물의 일관성이 부족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당초 이들 세 명의 청년은 조직폭력단이 운영하는 사설도박장을 털 배짱도 없었고, 쫓아오는 적과 목숨을 내놓고 싸울만한 배짱도 없는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인물의 심리는 유약하고 평범한데, 감독의 연출은 과잉이어서 인물들과 인물의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부조화를 낳았고, 이건 관객을 납득시킬 수 없는 한계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내 마음대로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준석, 장호, 기훈은 어설픈 양아치가 아니라 진짜 나쁜놈들이다. 이들은 조직폭력단이 운영하는 사설도박장을 턴다. 이 과정에서 조폭들인 도박장 경비원과 매니저를 모두 사살한다. 돈과 중요한 정보가 담긴 하드디스크를 탈취당한 조폭은 살인청부업자에게 이들을 찾아서 돈과 하드디스크를 회수하고 모두 죽이라고 청부한다.

조폭과 '사냥꾼'이 이들을 쫓고, 도시 한복판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사건은 점점 커져서 경찰이 조폭을 잡기 위해 출동하고, 거리를 방황하던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조폭과 전쟁을 한다.

주인공들이 탈취한 하드디스크에는 장관, 국회의원, 고위공무원들이 사설도박장에서 도박한 장면이 들어 있고, 조폭이 가지고 있는 진짜 금고에 수백 억원의 현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들은 판을 키워 사람들을 규합한다. 이들은 조폭이 보관하고 있는 대형금고 건물을 탈취하기 위한 작전을 세우고, 비밀을 유지하며 믿을만한 경찰을 만난다.

경찰에게 사설도박장을 출입한 장관,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명단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하고, 나중에 신변을 보호해 달라고 말한다. 주인공들은 무기 밀매를 하는 형의 도움을 받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 무장한다. 이들은 조폭들이 있는 건물을 습격해 전투를 벌인다. 조폭을 제압하고, 대형금고를 열어 트럭에 돈을 싣고 떠난 주인공들은 곧바로 공항으로 달려가 돈을 모두 대형비행기에 싣는다.

비행기는 공중에서 돈을 뿌리고, 바다에 추락한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주인공들은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 낙하산으로 뛰어내려 안전하게 피신한다. 

계획을 성공한 주인공들이 안심하고 있을 때, '사냥꾼'이 나타난다. 사냥꾼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다. 이들이 주인공들이 숨어 있던 은신처를 습격하고, 주인공들과 사냥꾼들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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