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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집짓기를 말하다_013_마당 파고라 만들기

by 똥이아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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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13_마당 파고라 만들기

 

마당에 오래된 나무로 긴의자를 만들어 둔 것이 2006년이었고, 그 후 마당은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08년에 마당에 파고라를 만들기로 했다.

파고라는 마당에 그늘을 좀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구상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2008년에는 형편 없는 실력이어서, 무언가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파고라도 지금 다시 만들면 훨씬 잘 만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 당시에는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 해서 만들었는데, 지금 보면 생각이 짧아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08년 봄. 긴의자가 있는 곳에 기둥을 세우고, 파고라 지붕을 얹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기둥의 초석은 콘크리트 기초인데, 여기에 4*4 목재가 들어가는 철제가 연결되어 있다. 제대로 하려면 땅을 약 1미터 정도 깊게 판 다음, 콘크리트 초석을 놓는 것이 맞다. 땅에 묻히는 부분이 깊어야 기둥이 튼튼하게 되는데, 그때는 생각을 미쳐 하지 못했다.

 

파고라 지붕은 1*4인치짜리 판재를 써서 올렸는데, 지붕이 너무 무겁지 않도록 하려는 생각은 좋았지만, 가로지르는 나무가 약한 것을 몰랐다. 지금 한다면 2*6로 가로지르는 나무를 대고, 사이에 잇대는 나무를 1*4로 사용할 것이다.

파고라 옆에 산머루 묘목을 심었는데, 덩굴식물인 산머루가 저 끈을 타고 올라가 지붕을 덮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저렇게 만들어 놓으니 아주 나빠 보이지는 않지만, 파고라 지붕 위쪽으로 불쑥 올라간 기둥이 보기 싫고, 전체적으로 튼튼하지 못해서 불만이었다.

 

파고라를 만들고 일년이 지나서 나무에 페인트를 칠했다. 어떤 색을 칠할까 고민하다 마침 집에 있는 빨간색 페인트가 생각나서 빨간색을 발라보았다. 산머루 묘목은 조금씩 자라기는 했는데, 기둥을 타고 지붕을 덮을 정도로 자라지는 못했다.

해마다 겨울이면 산머루의 일부가 죽고, 다음 해 봄에 다시 새로 자라기를 반복했다. 산머루 열매를 좀 얻어먹으려던 계획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3년에, 파고라에 평상을 놓았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자책하면서 집에 있던 나무를 긁어 모아서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이 평상 기능이 꽤 쓸모 있었다.

2006년에 만든 긴의자는 이때(2013년) 이미 거의 삭아서 쓰지 못하게 되었고, 마당에서 사라졌다. 마당에 앉을 만한 곳이 필요했고, 평상은 그런 궁여지책으로 만들게 된 것이다.

 

2014년 봄에는 평상에 그늘을 만들겠다고 대나무발을 사다 덮었다. 하지만 이것도 계산을 잘 못해서 대나무발만 조금 쓰다가 버렸다. 파고라 옆의 산머루 나무는 거의 잊은 상태였다. 아마도 겨울을 나면서 다 얼어죽었거나, 다른 나무에 치여 말라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아주 조금씩 새로운 가지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2015년 1월의 파고라. 처음 만들 때와는 달라졌다. 평상을 놓고, 지붕도 처음에 만든 것은 삭아서 내려앉았기에, 다른 나무로 지붕을 만들었다.

 

2015년 8월. 극적으로 변한 파고라. 기본 모습은 그대로인데, 산머루가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 봄부터 산머루가 심상치 않아보이더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서 지붕에 얹힐 정도가 되었다.

2008년에 심었으니 무려 7년만에 보이는 모습이다. 올해 처음으로 산머루도 주렁주렁 매달렸다. 파고라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산머루가 지붕을 덮는다면 그냥 그대로 둘 생각이다.

이제 앞으로 손을 댄다면, 파고라 지붕에 비와 눈을 막을 수 있는 지붕을 만드는 것이다. 비교적 싼 재료로 만드는 방법을 얼마 전 알게 되었고, 머지 않아 업데이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파고라는 2022년 11월 16일 해체했다. 20년 묵은 집안 정리를 하면서, 더 쓰지 않고, 필요없다고 판단한 살림을 1톤 트럭 가득 실어내는 날, 파고라도 함께 해체했다. 마당도 점차 단순하게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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