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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집짓기를 말하다_008_야외테이블 만들기

by 똥이아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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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08_야외테이블 만들기

 

목공은 남자의 로망이다. 여성을 폄하하거나 성차별적 발언을 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남자들은 아이때부터 무언가를 끊임없이 부수고, 다시 만들고, 조립하고, 해체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남성'의 특성일 수 있다. 장난감도 조립하는 것을 좋아하고,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대체로 그렇다.

나 역시 따로 목공을 배운 적은 없지만, 무언가를 뚝딱거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손재주가 있거나,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고, 젊었을 때 한동안 자형을 따라다니며 배관 공사를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무언가를 만든 첫 기억은, 90년대 초반, 산본신도시에 아주 작은 아파트를 분양 받고서였다. 산본역 앞에 있는 그 아파트는 13평인지 17평인지 그랬는데, 방 두 개에 화장실 한 개, 그리고 방과 방 사이에 작은 주방 겸 거실이 있는, 아주 작은 아파트였다.

생애 처음 '내 집'을 가졌다는 기쁨으로 집이 크고 작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자질구레한 살림을 정리할 공간이 부족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나는 나무판자를 구입해서 직접 가구를 짜만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일하는 방식은 똑같다. 원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밑그림(스케치)을 그린다. 그림을 그려보면 어떻게 만들 것인지 순서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스케치가 마음에 들면 수치를 잰다. 수치를 정확하게 재는 것이 중요하다. 오차 범위는 가능한 밀리미터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좋다. 

안방 한쪽 벽면을 직접 짜넣은 가구로 채우고, 그 안에 이불이며 옷을 모두 수납했다. 그리고 결혼하고 구입한 중동신도시의 아파트에서도 책장이며 신발장 등을 직접 만들었다. 오디오와 비디오를 수납하는 장식장도 만들고, 조금 복잡한 책상은 친구에게 부탁해 만들었다.

아무리 만드는 것을 좋아해도 환경이 허용하지 않으면 소용없게 된다. 도시의 삶, 특히 아파트의 삶이란 무언가를 새로 만들고, 꾸미고, 뚝딱거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주 작은 목공이라면 몰라도 책장, 선반, 책상, 테이블 등 조금 큰 물건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시골로 이주하고 나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목공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목공을 해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을 맞아야 할 일이 생겼는데, 마당도 있으니 마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아내의 말이 있었다. 마당에서 식사를 하자면 당연히 테이블이 필요하고, 그것을 돈 주고 사지 않는 이상,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같으면 값싸고 튼튼한 공장 제품을 구입해서 쓰는 것이 시간도 아끼도 돈도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10년 전만 해도 그런 물건들이 그리 많지 않았고 값도 비쌌다. 게다가 당시에는 의욕이 충만해서 뭐든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테이블 제작에 필요한 밑그림을 그리고, 수치를 재고, 나무를 계산해서 목재상에서 나무를 구입하고, 그곳에서 나무를 절단해 가져왔다.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나무. 똑같은 크기로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필요한 도구는 전동드라이버 두 개. 요즘은 대개 충전용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는데, 나는 일부러 전기선을 연결해서 쓰는 전동드라이버를 구입했다.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힘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충전용 전동드라이버는 성능이 좋아져서 충분히 쓸만하다.

나무를 치수에 맞게 재단한 곳은 나무를 구입한 목재상인데, 그곳에는 전기톱이 있어서 구입한 사람이 직접 나무를 자를 수 있고, 재단비를 주면 일하는 사람이 나무를 잘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나무를 구입하러 가 보니, 전기톱도 사라지고, 나무 재단 서비스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만드는 과정도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지만, 다양한 도구(연장)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이 들어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곧 다양한 연장을 만지는 것인데, 그것이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다루는 것과 근본에서 같기 때문이다.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머리도 써야 하고, 몸도 써야 하는 일이라 피곤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즐거운 작업이다. 게다가 치수가 딱딱 맞아 떨어져서 조립을 하면서도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짜릿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상판을 조립하는데, 보통의 테이블과는 다르게 청마루 짜집기 방식을 도입했다. 테이블을 만들면서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만들기도 약간 까다롭고, 나무도 많이 들어가서 무겁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테이블을 만든 경험도 없고, 오로지 내 머리로만 그려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야 이런 방식의 테이블이 너무 무겁다는 걸 알게 되었다.

테이블 제작에 쓴 나무는 2*4 구조재인데, 상판을 2인치가 아닌, 1인치로 했다면 테이블 무게는 훨씬 가벼웠을 것이다. 아니, 나무 전체를 2인치가 아닌, 1인치짜리를 사용했다면 무게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서 움직이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저 때만 해도, 튼튼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커서 두꺼운 나무를 선택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가장 최근에 만든 야외테이블은 이 테이블과 비교하면 훨씬 가볍고, 세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두 이런 과정과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이다.

그래도 첫 작품으로 야외테이블을 겁도 없이 만들기로 한 것은 무모하지만 좋은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도 도와주는 사람 없이 오로지 혼자 하루 반나절에 걸쳐 작업을 했다. 소소한 목공은 어지간하면 혼자 할 수 있다. 집짓고 산 지 10년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경험으로 조금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다.

테이블의 상판을 조립하고,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도 아주 단순하고 간단하게 나무 세 개를 연결하는 것으로 끝냈다. 이렇게 단순하게 만드는 이유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고, 단순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너비 4인치짜리 나무 두 개를 이어붙여 하나의 의자를 만들었다. 의자는 모두 네 개. 나무는 그 두 배가 들어갔다.

상판을 만들고, 테이블 다리를 붙였다. 지금도 저 다리를 붙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야 저런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데, 저 때만 해도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리를 저런 방식으로 붙이는 것은 결코 튼튼하지 않다.지금 만든다면 당연히 다른, 더 좋은 방식으로 만들 것이다.

어떻든 다리를 붙이고 세워보니 테이블 모양이 나왔다. 상판의 비어 있는 곳은 나무를 끼워 맞추도록 되어 있다. 즉 못이나 나사를 쓰지 않고, 나무를 끼워 넣기로 완성하는 것이다. 이런 공법은 우리의 전통 주택 마루에서 발견할 수 있다. 

상판의 나무를 채워 넣으니 비로소 테이블의 모양이 나왔다. 상판만 보면 그럴 듯 해보인다. 하지만 상판의 무게가 무겁고, 다리가 여전히 불안전한 느낌이 든다. 즉, 상판과 다리가 완벽하게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완성한 테이블에 오일스테인을 바르고, 다리 보강을 위해 나무를 덧대었다. 결국, 테이블 크기도 있지만 나무의 무게 때문에 테이블이 무거워졌다. 물론 테이블을 자주 옮길 경우가 없어서 쓰는 데는 큰 문제 없었지만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만큼은 틀림 없었고, 결국 몇 년 뒤에 이 테이블은 해체하게 된다.

의자를 합치기 전에 오일스테인을 발랐다. 두 개를 묶어서 하나의 의자를 만들었다. 이 의자도 시간이 지나서 대부분 해체되었지만 지금도 뒷마당에 몇 개는 남아 있다.

완성한 테이블. 똑같은 크기로 두 개를 만들었다. 상판과 다리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한동안 잘 사용했다. 보기에는 그럴 듯 하다. 시골에서 집을 짓고 처음 만든 물건이었다.

완성한 테이블 의자. 두 개를 이어붙여 하나의 의자를 만들었다. 이 단순함은 그때의 내 기술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기술도 부족했지만 아이디어나 소재의 활동 면에서도 초보 단계에 머물렀던 상태였다.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면서 즐겁고 행복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본다는 것은 어떤 이론보다 신나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술도 조금씩 발전하고, 아이디어도 좋아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 나무가 조금 남아서 강아지 집도 만들었다. '디자인 컨셉'은 '모던'하고 '심플'한 것으로, 우리집 디자인과 비슷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변명이고, 복잡하게 만들기가 어려워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마침 강아지여서 적당한 크기의 나무로 만들었고, 마당 한쪽 구석에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공간에 개집을 만들어 주었다.

개집도 철물점에서 파는 크고 좋은 것이 있지만, 나는 직접 만들고 싶었다. 무엇이든 남들이 돈 주고 사는 것은 똑같이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돈을 주고 구입하면 편리하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개성도 없고, 성의도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강아지 집이라 해도, 내가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했다.

개집과 함께 우편함도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우편함은 꼭 필요했다. 우편함 역시 기성 제품을 파는 곳이 많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하거나 새롭게 디자인 해서 만들 때까지 임시로 사용하기 위해 금방 뚝딱거려 만들었는데, 저 우편함을 의외로 오래 사용했다. 

2005년 말에 직접 만든 테이블과 강아지 집, 우편함이 새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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