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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기록/집짓기 관리

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by 똥이아빠 2022.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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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를 말하다_006_마당의 변화, 10년

 

집을 짓고 10년의 시간이 흘렀을 때,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이는 곳은 마당이었다.

지금은 제법 시간이 쌓여 있는 마당처럼 보이지만, 처음 집을 지었을 때는 마당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시골에서 집을 지을 때, 어떤 사람은 집과 마당을 처음부터 계획해 꾸민다. 예산이 넉넉한 사람들은 자기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집이든 마당이든 멋지게 만들어 주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니 걱정할 이유가 없다.

새 집을 짓고, 아름답게 가꿔 놓은 정원까지 일습으로 장만해서 입주를 하는 기분은 건축주라면 한번쯤 꿈꾸었을 멋진 그림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시골에 내려와서 집짓기까지 빠르게 결정을 한 경우, 게다가 도시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을 짓는 것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고, 또한 예산도 넉넉하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는 집을 지으면서도 마당에 대해서는 별다른 계획도, 아이디어도 없었다. 그저 잔디밭 정도가 생각한 것의 전부였다. 그리고 실제로 집을 완공한 다음의 모습을 보면, 무모할 정도로 단순하게 잔디밭이다.

지난 십년 동안 일년에 한 장씩 마당 사진을 골라 보았다. 해마다 마당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었는지 십년을 비교해 보면, 마당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겠다. 십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마당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었다.

 

2005년 8월. 막 준공을 끝낸 집과 마당의 모습. 축대를 쌓긴 했지만, 우리(부부)는 처음부터 담을 세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골에서는 담을 치고, 울타리를 높이는 짓이 도시의 얌체, 깍정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또 우리 자신도 마을의 주민으로 살아가려면 우리가 먼저 담을 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대는 처음 건축설계도에는 없었다. 축대는 우리가 요구해서 쌓게 되었는데, 이것 때문에 아마도 우리집을 설계한 건축가가 못마땅한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돌이켜봐도 축대를 쌓은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다.

축대의 모양도 처음에는 계단식으로 여러 층이었다가, 다시 쌓아달라고 해서 위 사진처럼 일자로 쌓았다. 집의 모습은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마당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다.

 

2005년 8월의 마당. 잔디를 새로 심은 것이 아직 퍼져나가지 않아서 듬성듬성하다. 마당 가장자리에는 나무도 없고, 정원등 외에 아무 장식도 없다. 

마당을 예쁘게 가꾸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여기에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돈도, 아이디어도 없었다. 마당을 좀 바꿔보려고 근처에 있는 조경업체에 문의를 하고, 견적도 받아보았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금액이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집을 짓는 단계에서 조경까지 함께 하면 비교적 적은 돈을 들이고 완성할 수 있겠지만, 우리처럼 집을 짓고 난 다음 마당을 따로 꾸미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2006년의 마당. 마당에 나무가 보인다. 아마 2005년 가을에 나무를 심었던 듯 하다. 나무는 양평에 있는 묘목시장에서 사다 직접 심었는데, 마당 가장자리로 어린 주목을 심었고, 그 안쪽으로 주로 유실수-대추, 사과, 복숭아, 자두, 매실 등-를 심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렇게 나무를 심은 것도 처음이고, 나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라 그대로 방치한 결과, 몇몇 나무들이 죽고 말았다. 그래도 2006년에 심은 나무들 가운데 지금도 살아 있는 나무들이 꽤 있다.

꽃사과는 다른 사람에게 주었고, 사과나무는 중간에 죽었으며, 대추나무도 몇 해를 살다 죽었다. 울타리용으로 심은 주목나무도 꽤 많이 캐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다.

 

2007년의 마당. 아내가 철쭉을 심었다. 사실 철쭉이긴 하지만 '영산홍'이라고도 한다. 철쭉과 영산홍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다. 마당에 꽃을 심어야 한다는 아내의 신념에 따라 붉은색과 흰색의 영산홍 묘목을 빽빽하게 심었다. 영산홍 뒤쪽의 나무들은 심은 지 이년째 되는 나무들인데, 여전히 꼬챙이처럼 보인다.

 

2008년의 마당. 마당 가장자리의 나무들이 조금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심은 영산홍도 잘 자라고 있고, 나무들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아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당의 잔디도 처음의 그 듬성듬성한 모습에서 벗어나 잔디가 고르게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삼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설픈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2009년의 마당. 나무들이 꽤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2008년에는 살아 있었던 그레이트 피레니즈 '루팡'은 세상을 떠났고, 개집은 창고로 쓰였다. '루팡'의 죽음은 전적으로 주인인 내 잘못이었다. 지금도 '루팡'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고, 죄책감 때문에 얼굴이 붉어진다.

개집을 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창고처럼 쓰고 있어 그냥 두었다. 마당의 잔디는 이제 고르게 퍼져서 제법 보기 괜찮고, 나무의 그늘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2010년의 마당. 마당 한쪽에 여전히 '루팡'의 집이 있고, 나무들은 이제 꽤 자라서 마당에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있다. 이때만 해도 나무들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사실 나무는 해마다 가을에는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그런 사실도 모를 뿐더러,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자라도록 방치하고 말았다.

 

2011년의 마당. '루팡'의 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나무들이 훨씬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마당의 잔디로 고르게 잘 자라고, 마당 가장자리로 나무들이 자라기 때문에 마당 안쪽을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2012년의 마당. 마당의 나무는 변함이 없는데, 마당 가장자리에 데크를 놓았다. 이 데크는 현관 앞에 데크를 놓는 것과 함께 공사를 한 것으로 마당 한쪽의 쓸모 없던 공간을 꽤 많이 확보하게 되었다.

마당에 심은 유실수-매실, 복숭아, 모과, 앵두, 대추, 보리수 등-에서 열매를 수확하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 유실수를 심고도 몇 년이 지나야 열매를 딸 수 있었다. 나무가 토양에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꽤 오래 걸린다는 것을 그동안은 알지 못했다.

 

2013년의 마당. 잔디를 깨끗하게 깎은 다음 찍은 사진이라 정돈되어 보이고 약간 넓어 보인다. 2012년과 비교해서 많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나무들이 가지가 더 무성해진 것과 마당 데크 바닥에 칠을 한 번 더 해서 약간 밝은색으로 보인다.

잔디깎기 기계로 마당을 깎으면 깨끗하고 단정해 보이지만, 사실 잡초가 꽤 많다. 잡초를 없애려면 제초제를 뿌려야 하는데, 제초제도 친환경 제초제가 있고, 저농약 제초제가 있다. 어느 것이든 잡초가 나오는 봄에 미리 뿌리는 것이 좋고, 한 번이 아니라 잡초를 다 제거할 때까지 여러 번 뿌리되, 잡초가 거의 나오지 않아도 이른 봄에 미리 뿌리는 것이 좋다. 

그동안 마당 잔디 때문에 고민도 하고, 고생도 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친환경제초제든 저농약 제초제든 뿌리는 것이 잡초를 관리하는 데 필수라는 것이다.

 

2014년의 마당. 눈 쌓인 마당에 정원등을 켜 놓았다. 가운데 보이는 큰 나무가 매실나무인데, 마당에 있는 여러 나무들 가운데 가장 크기도 하고, 가장 좋은 자리에 있기도 하다. 2012년쯤 저 나무에서 약 80kg의 매실을 수확했다. 그 뒤로는 거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아무래도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의 마당. 봄부터 몹시 가물어서 잔디밭이 누렇게 떴다. 처음에는 가뭄 때문이라는 것을 몰랐다가, 윗집 어르신께서 알려주셔서 알았다. 그 이후 날마다 스프링쿨러로 흠뻑 물을 며칠 동안 주었더니 지금은 다시 파랗게 잔디가 올라왔다. 

올해부터는 나무 가지치기를 좀 열심히 했다. 복숭아 나무도 복숭아를 다 익기 전에 미리 따서 발효액을 담고, 복숭아 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보통 나무 전체에서 약 30-40% 정도를 쳐내는 것이 적당해 보인다.

보리수 나무는 50% 이상 가지를 쳐냈다. 

 

매실 나무도 과감하게 가치를 쳐내서 절반 정도의 가지를 쳐냈더니 조금 시원해 보였다. 앵두나무도 그렇고 나무는 해마다 가지를 쳐야 한다는 교훈을 확실하게 얻게 되었다. 

마당에는 여러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고, 처음 집을 지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무도 많이 자랐다. 나무의 성장은 집의 연륜과 함께 집 전체의 분위기를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다. 나무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차이는 매우 커서, 집의 분위기,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 나무로 인해 느껴지는 심리적인 위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좋은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마당이 어떻게 변하고 바뀌게 될 지 모르지만,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산다는 것은 분명 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는 여러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봄이 되면 여러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면서 즐겁고, 여름이면 그늘과 함께 열매를 나눠주고, 가을에는 단풍을,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를 온전히 드러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연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나무는, 어쩌면 동물보다 진화한 고등생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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