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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소설을 읽다

노름꾼

by 똥이아빠 2022.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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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름꾼

 

도스또예프스키는 닿을 수 없는 무지개이며, 빛이자 영원한 꿈이다. 10대에 처음 만난 그의 책은 '죄와 벌'이었다. 그것도 완역본이 아닌, 일본어 중역본으로. 그럼에도 내게 있어 도스또예프스키는 그때부터 산맥이었다.

꽤 여러 권의 그의 작품을 읽었지만, 읽고 나서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이제라도 한 작품씩 읽은 다음 메모라도 해 둘 생각이다. 

세계의 무수한 작가들이 있지만, 이 시대에 도스또예프스키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시대를 살다가는 행운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빅토르 위고도 있고, 카프카도 있고, 벽초 홍명희도 있으니 그 기쁨이야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일 도스또예프스키가 없었다면, 그래도 이만큼 기뻤을까. 몰랐다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안 이상, 아무리 많은 작가를 옆에 두어도, 그의 자리는 항상 너무도 크다. 그가 총살을 당하기 직전 감형된 것과, 도박에 빠져 빚장이가 되어 비참하게 살아간 것과, 그럼에도 그가 당시 러시아에 불고 있던 혁명적 기운을 올바르게 그려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그가 젊었을 때 사회주의 그룹과 친하게 지낸 것은 그의 사상이 혁명적이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24세 이후,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다음부터 도스또예프스키는 그만의 독선이 더 공고해지게 된다.

작가-를 비롯한 모든 예술가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독선적일 수도 있고, 냉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야비하거나 사악하게 보일 수도 있다. 작가(예술가)가 모든 면에서 훌륭할 수는 없다. 오히려 흠이 많고, 존경과 비난을 동시에 받는 존재인 것이 당연하다.

이 책 노름꾼 역시 그의 이중성과 부정적인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장편에 가까운 중편을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에 써내는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작품을 써서 보내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저작권이 출판사 손으로 넘어가는 긴급한 시기였기 때문에, 그로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박에 중독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고, 유럽의 여러 나라-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덴마크 등-를 떠돌면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고, 도박에도 미쳐서 많은 돈을 탕진하던 경험을 작품으로 쓴 것이다.

도스또예프스키의 가장 큰 장점인,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는 이 작품에서도 어김 없이 빛을 발한다. 분열하듯 흔들리는 주인공의 심리상태는 바로 작가 자신의 마음이기도 할 것이다.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내고, 곧이어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도스또예프스키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는 마치 자기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불꽃을 튀기며 살았다. 죽기 전에 활활 타버리려는 듯이.

마지막까지 단 한 푼의 돈을 손에 쥐고도 도박장을 떠나지 못하는 주인공처럼,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흥분과 긴장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스스로 미쳐가는 사람처럼, 그의 삶도 그렇게 불안정하고 흥분 상태로 이어졌다.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노름꾼에서 보여준 주인공의 갈등과 미쳐가는 열정과 삶에 대한 두려움과 고뇌는 그의 모든 작품 속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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