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기/만화를 읽다

피부색깔 꿀색

by 똥이아빠 2022. 11. 27.
728x90

피부색깔 꿀색

 

입양아의 자전적 이야기. 이 만화를 그린 주인공 전정식은 다섯 살 때 고아원에서 스웨덴의 한 가정으로 입양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면서, 과장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고,가능한 있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지금도 어린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는 나라이고, 외국의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한국에 알려지고 있다. 

입양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입양아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아니면 내가 잘 모르고 있거나) 입양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소수 가운데서도 소수의 문제라 사회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어쩌다 외국에서 입양아로 성장한 사람이 유명해지는 경우는 긍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입양아가 갖게 되는 심리적 혼란과 자아 정체성의 불안에 관해서는 이해는 하지만 공감하기는 어렵다. 그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깊고 끈질기게 자신의 삶을 끌어당기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도 구체적으로 뿌리가 뽑힌 자신의 모습을 여러 번 그리고 있는데,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는 그 사람의 온 생애를 불안하게 만든다.

'엄마 부재'에 관한 불안은 나도 어렸을 때 느낀 적이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 아무도 없었다. 배가 몹시 고팠지만 먹을 것은 없었고, 낡은 찬장에는 신김치만 한 그릇 있었다. 신김치를 먹고 물을 바가지로 들이키고 나서 동네에 뛰어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땅거미가 질 때까지 놀다 들어와도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혹시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뱃속에서 설움이 복받쳤고,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서러움이 복받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 책의 저자가 가졌을 막막함과 서러움과 불안과 허무함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백인 사회에서 백인 부모를 둔 동양인 아이의 삶이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혹독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선진국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물질적 풍요로움이 한국에서 고아로 자랐을 때 받았을 가난과 열악한 환경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거라 위안을 삼을 수는 있겠지만, 뿌리가 없는 삶에 대한 근본적인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입양아들이 그렇듯, 주인공도 나이가 들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방문한다. 어머니에 대한 하염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채 희미한 흔적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하지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입양아들 가운데는 친엄마를 만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인공은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이 만화는 더욱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고, 입양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하고 있다. 가난하지만 부모 밑에서 자란 내가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로, 주인공이 겪는 뿌리 없는 삶의 고통은 헤아리기 어렵다. 

반응형

'책읽기 > 만화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트리트 페인터  (0) 2022.11.27
유료 서비스  (0) 2022.11.27
빨간 풍선  (0) 2022.11.27
어덜트 파크  (0) 2022.11.27
도바리  (0) 2022.11.27
팔레스타인  (0) 2022.11.27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0) 2022.11.27
선생님의 가방  (0) 2022.11.27
산 1-18권 완간 - 이시즈카 신이치  (0) 2022.11.24
영순이 내 사랑  (1) 2022.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