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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외국여행을 하다

첫 번째 미국 여행, 1996년

by 똥이아빠 2025. 1. 22.

태어나서 처음 한국 땅을 떠나 다른 나라에 발을 디딘 곳이 미국이다. 그 전까지 내가 외국 여행을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건 1989년부터인데, 그 전 해에 1988년 서울올림픽이 성공했고, 경제 성장도 꾸준히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국민 평균 소득도 높아지던 때였다.

'해외여행 자유화'라고는 해도 세계 모든 나라를 완전히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던 건 아니고, 주로 일본, 미국, 캐나다, 아시아 국가들에 국한되었다가 2004년 들어서서 유럽과 아프리카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면서 본격 '해외여행 자유화'가 완전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해외여행은 자유가 되었지만, 주요 나라의 비자를 발급받는 건 몹시 까다로웠다. 물론 대기업, 국가공무원 등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비교적 쉽게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소득이나 신분이 불투명한 사람은 비자 발급이 거절되기 일쑤였다. 나는 당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어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는데, 중요한 건 소득이었다. 

나는 그런대로 운 좋게 미국 비자를 발급받았고, 결혼을 약속한 -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 아내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아래 사진에서 아내 모습이 없는 건 개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29년 전의 기억이라 가물거리는데, 이때 따로 기록을 해두지 않아 사진만 보고 그때를 떠올린다. 여행 때는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갔고, 필름 카메라여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아내의 부모님과 가족이 사는 곳은 오하이오주였고, 우리는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클리브랜드 공항 국내선을 갈아탔고, 클리브랜드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정도를 달려 아내의 부모님이 사시는 집에 도착했다.

이때는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마침 뉴욕에 살고 있어서, 클리브랜드 인근에서 며칠, 뉴욕에서 며칠 그리고 다시 클리브랜드에서 며칠을 보냈고, 미국 다녀와서 넉 달 뒤에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준비를 하는 넉 달은 우리 두 사람에게 가장 기분좋게 바쁜 시간이었다. 결혼 준비의 모든 과정을 우리 둘이 온전히 준비했는데, 청첩장도 직접 만들었고, 신혼 살림에 필요한 가재도구도 모두 여기저기 다니며 구입했으며, 우리가 살 집(아파트)도 은행 융자를 포함해 구입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처음이었지만, 우리는 30대 중반이었고, 아내의 가족은 미국에 있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도 했다.

 

아내의 부모님, 나의 장인, 장모님께서는 장녀의 남편될 남자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몹시 궁금하셨으리라. 딸이 한국에서 - 친척은 있지만 - 혼자 직장 생활하며 살아가는데, 혹시 이상한 놈팽이나, 건달을 만나 고생하지 않을까 많이 우려하셨을 걸로 짐작하는데, 나도 퍽 내성적 성격이고, 수줍음, 소심함으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장인, 장모님을 처음 뵙고는 마음이 편해졌다. 두 분 모두 내 부모님처럼 다정하고, 편하게 대해주셨고, 이물 없이 말씀하셔서 나는 아내는 물론 장인, 장모님도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가족처럼 느꼈다.

내 어머니도 충청도 태생이시고, 장인, 장모님도 충청도 분들이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는 점도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여행의 목적은 아내(그때는 아직 결혼 전이었으니 애인)가 결혼상대자를 부모님에게 선보이려는 뜻도 있었다. 나 역시 그걸 알고 동행했고, 마음의 부담은 거의 느끼지 않았다.

뉴욕 다닐 때의 기본 모습. 일정이 길지 않아 몇 군데 다니지 못했다. 게다가 필름 카메라여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가 본 곳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하기도 했다. 위 사진은 '중앙공원' 입구에서 찍은 걸로 보인다.

뉴욕 맨해튼 월가에 있는 '페더럴 홀 국립기념관' 앞에서 찍은 사진. 뒤에 보이는 동상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동상이다. 이 장소에 있던 건물에서 1789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취임식을 했다.

맨해튼 중앙에 있는 '중앙 공원(센트럴 파크)'. 너무 넓어 다 돌아볼 수 없었고, 들어가서 잠깐 둘러보고 나왔다. 이 공원은 영화 '나 홀로 집에' 시리즈에 나오는 공원으로도 유명하고, 미국(헐리우드) 영화에서 '센트럴 파크'는 자주 나온다.

뉴욕 콜럼비아 대학교. 

뉴욕 콜럼비아 대학교.

맨해튼 월스트리트. 금융가로 유명한 그 골목이다. 위 사진에는 없지만, 오른쪽 앞에 월스트리트를 상징하는 커다란 황소 동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밤에 올라가면 뉴욕 맨해튼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

뉴욕 UN본부 앞에 있는 조형물. 폭력에 반대하는 상징을 표현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교회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트리니티 교회'다. 1846년 리처드 업존이 설계하고 건축한 이 성공회 건물은 뉴욕의 역사와 함께 발전했고, 지금은 교회이면서 거대한 부동산 재벌이자, 부동산 개발 업체이기도 하다. 1705년 영국 앤 여왕은 트리니티 교회에 215에이커 땅을 하사했고, 교회는 이 땅을 개발하면서 부를 축적했는데, 2018년 현재 자산이 83억 달러에 이른다.

뉴욕에 있는 UN본부 앞. 

뉴욕에서 반드시 가 봐야 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하루에 둘러보기는 너무 넓어서 일부만 보고 나왔다. 미술관 앞에 있는 노점 포장마차에서 뉴욕의 명물 '핫도그'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클리브랜드 근처에 있는 퍼블릭 골프장. 골프장에 들어간 것도, 골프채를 잡아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미국은 골프가 대중 스포츠여서 누구나 값싸게 즐기는 동네 스포츠라 괴리감이 없는데, 한국에서는 부자들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려는 목적으로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아서 거부감이 드는 운동이고, 무엇보다 골프를 하려면 비용이 너무 커서 서민은 접근할 수 없는 '부르주아'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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