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면, 87년 2월이다.
독서회 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였는데, 절정과 동시에 후퇴기였다. 사진은 설날을 맞아 김영록 선생님 댁을 방문해 신년인사를 드리는 자리였고, 이 사진 속에는 당시 내가 좋아하던 여성도 있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독서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이었고, 나도 고참에 해당하는 연배였으므로 후배들이 눈에 많이 띈다. 후배라고는 해도 모두 실력들이 출중해서 선배노릇 할 내용이 거의 없었다.
독서회를 떠나게 된 건 여러 이유들이 있었지만, 독서회만으로는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서회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기는 했지만 체제 비판과 사회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고, 또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도 못했으므로, 또 다른 변화가 필요했다.
따라서 이 사진은 독서회의 모습을 담은 단체 사진 가운데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사진 속 얼굴들은 이후 다시는 만나지 않았고, 만날 이유도, 기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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