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에 해당되는 글 15건

  1. 2018.12.26 [영화] 그 땅에는 신이 없다
[영화] 그 땅에는 신이 없다
1880년대 뉴멕시코주의 라벨이라는 작은 광산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서부극. 7부작 미니시리즈로 긴 이야기지만 보는 내내 흥미진진하다. 기본 설정은 라벨 마을에 살던 사람들 가운데 남자들 약 80여명이 광산에서 사고를 당해 한꺼번에 몰살당했다는 것, 그래서 라벨 마을에는 몇 명의 남성 외에는 모두 여성들만 남았다. 여기에 프랭크 그리핀이라는 강도단의 두목이 이끄는 떼도둑이 뉴멕시코주 일대를 다니며 마을 주민을 몰살하고, 건물을 불태우며, 열차강도, 은행강도 등 온갖 악행을 일삼고 있었다.
라벨 마을과 프랭크 강도단이 이어지는 계기는 프랭크 강도단에 있던 로이 구드라는 사람이 강도단을 이탈하면서부터다. 로이는 열차를 약탈하는 강도단에서 빠져나와 그들을 공격해 자신을 추격하도록 한다. 강도단이 갖고 있던 5만 달러를 가지고 도망친 것이다. 로이는 총에 맞은 채 도망치다 엘리스의 농장으로 들어오게 되고, 다시 엘리스의 총에 맞아 말에서 떨어진다.
엘리스는 부상당한 로이를 마굿간에 재우며 부상을 치료한다. 엘리스도 우여곡절이 많은 여성으로 매우 독립적인 인물이며 뛰어난 미모에 강단이 있고, 그와 함께 사는 인디언 할머니가 주술사라는 소문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한다.
마을 보안관 빌 맥뉴는 연방보안관이 찾아와 프랭크 일당을 잡으러 간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혼자 나서는데,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비겁한 보안관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데, 결국 홀로 프랭크 강도단을 뒤쫓기 시작한다.
빌 맥뉴의 여동생인 매리 맥뉴가 오빠의 두 아이를 돌본다. 보안관인 오빠를 대신해 마을 치안을 담당하는데,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능력을 가진 여성이다. 큼직한 몸집과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다니며, 오빠보다 총을 더 잘 쏘고, 씩씩한 맥뉴는 확실하진 않지만 레즈비언이다. 
로이는 엘리스의 총에 맞았지만 엘리스의 치료와 도움으로 살아나고, 엘리스가 기르는 말을 돌보는 일을 한다. 엘리스의 아들-두번째 남편이 인디언이어서 아들도 인디언의 피가 흐른다-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치고, 사냥하는 법도 가르친다.
로이를 추적하던 프랭크 일당은 결국 로이가 라벨 마을에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고, 라벨 마을로 쳐들어온다. 로이는 자기 때문에 라벨 마을이 공격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마을을 떠나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마을을 지키기 위해 다시 라벨 마을로 돌아간다.
여자들만 남아 있는 라벨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매리 맥뉴를 비롯한 마을의 모든 여성이 무장하고, 건물 안에 숨어 프랭크 일당이 마을로 들어오길 기다린다.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고, 여성들과 프랭크 강도단과의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진다. 보안관보 와이티는 허무하게 칼에 맞아 죽고, 여성들도 여럿 죽지만, 결국 여성들은 프랭크 강도단을 전부 사살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프랭크는 도망가지만 뒤를 쫓은 로이와 대결을 하다 죽는다.
정통 서부극이면서도 여성의 비중이 높고, 여성 캐릭터를 잘 살렸으며,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서부극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남성인 로이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목장주인 엘리스와 보안관의 여동생 매리 맥뉴가 실질적 주인공이다. 이들 여성의 매력은 관객에게 멋진 여성의 모델로 인식되고, 이 여성들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현대여성의 전형에 가깝다. 

19세기 서부는 법과 규율, 질서가 거의 없던 무법천지로 알려진다. 보안관이 있지만 집단으로 다니는 강도단을 당하기 어렵고, 법보다는 총이 더 빠르고 강하다는 점에서, 법을 집행하는 쪽에서도 총이 필요했던 시기였다. 악한 자들이 날뛰기 좋은 환경이었고, 보통의 남자들이 주눅들어 살았다면, 여성들은 더 나쁜 상황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떨거나 남성들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이 시기의 여성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흑인, 인디언과 동양에서 이민 온 동양이민자들이었다. 특히 중국인들이 대량 이주했는데, 동부에서 서부로, 서부에서 동부로 이어지는 철도공사장의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이들은 과도한 노동과 사고로 그들의 시체를 레일 밑에 묻으며 철로를 건설했다고 말할 정도로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이 공사장에서 죽어갔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라벨 마을에서 광산 노동자 80여 명이 사고로 매몰되어 죽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어도 주나 연방에서 어떠한 사고 처리나 보상은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 속에서 살았으며, 주나 연방의 힘이 작은 마을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힘의 공백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Posted by 똥이아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