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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일본판 '화차'를 보고

by 똥이아빠 2012.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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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차'가 개봉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인데, 아직 한국영화는 못 보고, 일본에서 만든 '화차'를 봤다.
TV아사히에서 방영한 것인데, 영화라고 하기에는 영상이나 각본 등이 TV드라마 수준이고,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 길이여서, 정확히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원작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라간 것으로 보이는 일본판 '화차'는 갑자기 사라진 한 여성의 뒤를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형사는 3개월 전에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과 둘이 살고 있으며, 그 자신 또한 범인을 추격하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재활을 하며 집에서 쉬고 있던 터였다.
그의 친척 동생에게 의뢰받은 결혼상대자의 실종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점차 깊숙하게 개입을 하게 된다. 주인공 형사의 동료도 도와주면서, 사건의 진실은 조금씩 밝혀지는데...
이 영화는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이미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있다. 일본의 거품경제 이후 개인파산자가 무수히 양산되고, 그 후유증으로 수많은 범죄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극중에서도 한 변호사의 말을 빌어 일본 사회의 정부, 금융, 사채업자 등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읽었던 '하류지향'이 떠올랐는데, 영화에서도 '소비주체'로 시작하는 젊은이의 인생이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즉,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사회 초년생 젊은이들에게 은행에서는 신용카드를 마구 발급해서 무조건 돈을 쓰라고 권한다.
신용카드는 당장 현금이 없어도 자신이 가진 욕망을 해소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로 작동하고, 미래를 담보로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는 젊은이들은 '몰시간성' 즉 '등가교환'에 익숙한 그들은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그들의 욕망을 쉽게 카드로 긁는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지금 명품을 갖고 싶은 욕망, 지금 화려하고 멋진 낭만을 즐기고 싶은 욕망, 좋은 차를 갖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러 다닐 수 있기를 바라는 그 욕망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그 불덩이 속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 미래와 등가교환을 하는 젊은이들만이 잘못인가? 그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위험을 불보듯 뻔히 알면서도 방치하는 정부와 이윤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과 속임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려는 금융권과 기업들, 그리고 빚에 몰린 개인을 이용해 마지막 피까지 빨아먹는 사채업자들이 사회악이자 모든 문제의 원인임에도-물론,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개인이 있다는 것도 전제하지만-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감추고 모든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화차'와 같은 일본의 문제는 전적으로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다. 아니, 자본주의 체제라면 어느 나라나 비슷한 현상을 나타낼 것이다. 이 문제의 핵심은 '탐욕'에 있는 것이고, 탐욕의 원인은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스템' 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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