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갈증

by 똥이아빠 2015. 1. 28.
728x90



<영화> 갈증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고백>을 만든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본 영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나카시마 감독은 자신이 직접 쓴 각본보다는 주로 소설을 통해 영화의 소재를 찾아낸다고 한다.
그 이유가 재미있는데, 자기가 쓴 각본은 아무리 잘 써도, 자신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고, 늘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는 감독의 노력이 멋지다.
이 영화는 카메라와 연출 기법이 감독의 기존 영화와는 다른, 빠르고 현란하며 상징적인 이미지로 편집되어 있다. 이런 기법을 싫어하는 관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도입부부터 현란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폭발하듯 나오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한 것은 영화가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그러니, 이 영화는 결코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소재 자체가 주는 강렬한 충격과 그 소재를 다루는 감독의 연출 기법이 만나 잔혹하면서도 무거운 메시지가 있는 영화로 탄생했다. 
딸이 사라지고, 이혼을 한 부부는 다시 연락을 하고, 아버지는 딸을 찾기 위해 그의 친구들을 만난다. 아버지가 전직 형사였다는 것이 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고는 있지만, 꼭 형사가 아니더라도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부모가 보고 있던 딸과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딸은 마치 전혀 다른 두 사람을 보는 것같은 이질감과 충격을 주는데, 자신의 딸이 실제 어떤 인물인지 똑바로 바라보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은 부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 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자식의 모습은, 바로 부모의 투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딸 카나코의 행동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였지만,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부모의 삶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카나코의 부모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카나코는 범죄조직은 물론 경찰 간부와도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겹치면서 영화는 한층 복잡하게 전개된다. 중간에 경찰의 행동이 석연치 않지만, 주인공 아키카주가 끝내 자기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딸이 저지른 모든 범죄 과정이 드러난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뒤틀려 있고, 도덕성은 희박하며, 책임감이나 서로에 대한 애정은 눈을 씻고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인간 관계라면 범죄가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다. 가족은 해체되고, 친구 사이는 서로를 이용해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회의 어둡고 악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형식으로 현란하고 폭력적인 편집을 한 감독의 의도가 잘 살아 있다. 별 세 개 반.
---------------------------
실종된 딸 카나코(고마츠 나나)의 행방을 쫓는 전직 형사 출신 아키카주(야쿠쇼 코지). 그는 딸을 찾는 과정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진실과 마주하며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반응형

'영화를 보다 > 일본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IZO  (0) 2015.05.19
<영화> 鉄コン筋クリート  (0) 2015.05.19
<영화> Wood Job  (0) 2015.05.08
<영화> 幻の光  (0) 2015.03.03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0) 2015.01.28
<영화> 러브 레터  (0) 2014.12.29
일본판 '화차'를 보고  (0) 2012.03.26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0) 2011.10.01
귀를 기울이면  (0) 2011.09.24
동경 지진  (0) 2011.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