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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IZO

by 똥이아빠 201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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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ZO

워낙 대단한 감독이라는 평은 많지만, 정작 이 감독의 작품이 대중적이지는 않다. 
이 감독의 작품을 모두 따라가면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 하나만 보는 것도 대단히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영화를 보기 위해 끈기를 장착해야 하고, 끝까지 보고 나서 멘탈을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을 겪어야 한다.
그럼에도 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를 볼 가치가 있을까. 그것은 오로지 관객 자신의 몫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줄거리도 없다. 오로지 막부 시대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역사 속에서, 일본의 역사를 더럽힌 자들, 일본의 평범한 민중에게 죄를 지은 자들을 마구잡이로 칼로 베어 죽이는 것이 전부다.
그러다보니, 첫 장면부터 잔인한 장면으로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잔혹한 장면으로 끝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가를 알 수 있다. 영화 속 잔인한 장면은 실제 역사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피의 역사이기도 한데, 일본 역사의 잔혹성을 영상 미학으로 표현한 것은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 덕분이다. 비록 줄거리는 없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것이 일본 역사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이조'는 불사신이자 유령이며, 원혼이고 민중의 화신이다. 일본의 역사를 더럽힌 지배층과 지배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조롱이 감독의 영상에서도 드러난다. 모든 권력과 범죄 집단(야쿠자)은 타락한 세력이며, 역사에서 제거되어야 할 존재들이므로, 이조는 그의 칼로 조금의 인정도 없이 마구 베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일본에서 사라져야 할 적들이 누구인가를 선명하게 확인한다. 행동하는 것은 결국 관객 즉 일본 민중의 몫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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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케 다카시의 신작은 늘 예측불허다. 그의 영화에 익숙한 시네필들도 <이조>를 보곤 다시 한 번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 영화는 극단의 폭력 묘사로 금기의 울타리를 비웃는다. 막부시대에 사형 당했던 자객 이조가 천국도 지옥도 갈 수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를 떠돌며 살인을 일삼는 이 영화의 상영 시간 내내 이조의 칼 아래 숱한 사람들이 죽는다. 이제 그만이라고 스크린을 향해 소리치고 싶을 만큼 처절한 폭력 장면이 이어지는 사이에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돼버린다. 이 영화에서 시대와 공간을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조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출몰하며 길에서 만난 이들을 모조리 죽인다. 폭력 묘사의 금기를 깨트린 세계 영화의 이단자들은 물론이고 미이케 다카시의 전작들과 비교해도 <이조>는 저만치 멀리 나아간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 이조는 군주를 찾아 나선 것이지만 여하튼 살인기계 같은 존재이며 스스로도 자기 존재 이유를 묻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영화가 끝나면 관객은 머릿속이 윙윙거리는 착각을 느낀다. <이조>는 도무지 어떤 경계에도 속하지 않으며 어떤 정의도 피해나간다. 기이하지만 강렬한 무의식의 악몽과 우상파괴 정신의 혼합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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