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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風立ちぬ The Wind Rises

by 똥이아빠 2015.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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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風立ちぬ The Wind Rises


제국주의에 스러진 꿈


이 영화는 마음 속에 담아 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꿈은 그가 태어난 시대로 인해 좌절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개인'은 시대를 뛰어 넘기 어렵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다고 비난한다.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은 반전평화주의자임에 틀림없는데도 그가 군국주의 시절 비행기를 설계하는 주인공을 그렸다고 해서 그를 군국주의에 찬동하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이 영화를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그것이 어느 시대인 것이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일본의 군국주의 시대에 태어난 한 사람의 불행이 도드라져 보일 뿐이다.
하늘을 나는 꿈은 누구나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날지 못하기에, 비행기를 만들기로 결심한 호리코시 지로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꿈을 향해 한눈 팔지 않고 곧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똑똑했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행복하고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낸 지로는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영재이기도 하다.
그는 도쿄대학 항공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쯔비시 항공에 입사한다. 하지만 그가 태어나 자란 시기는 불행하게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년대였고, 그가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입사한 시기는 30년대, 또 다시 세계대전의 암울한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하던 때였다.
일본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아서, 간토대지진이 발생하고-이때 조선인 6천명이 학살당했다-곧 이어 세계대공황의 여파로 일본도 경제 사정이 악화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지로는 비교적 여유 있는 생활을 함으로써 그가 비교적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간토 대지진 때 대학생이던 지로는 학교로 가는 기차에서 우연히 한 여성 나오꼬를 만난다. 그리고 그 여성과 보모를 무사히 집까지 바래다주고 학교로 돌아오고, 다시 몇 년의 시간이 지나 휴가지의 호텔에서 조우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나오꼬는 폐결핵을 앓고 있었고, 쉽게 치료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당시 즉 30년대에는 폐결핵이 유행했는데, 폐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이 일반인은 물론 우리가 아는 유명인들도 많았다. 통계로만 봐도 1936년 폐결핵 환자는 조선에서만 45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여주인공 나오꼬의 어머니도 폐결핵으로 사망했고, 나오꼬 역시 폐결핵으로 고생을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을 갈라 놓지는 못했고, 두 사람은 약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짧지만 뜨거운 사랑을 한다.
지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비행기 설계에 매달리는 한편,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 불안과 안타까운 감정을 추스리며 생활한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군국주의로 치닫고, 지로가 만드는 비행기가 전쟁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에 대해 몹시 곤혹스러워한다. 비행기가 좋아 비행기 설계를 하지만, 그것이 전쟁의 도구,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도구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주인공 지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지만, 아내는 병으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슬퍼하는 지로. 그의 꿈은 결국 전쟁으로 치닫는 군국주의 일본에 의해 참담하게 스러진다. 그가 설계한 비행기는 하늘을 날아오르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그가 사랑했던 아내는 남편 지로의 꿈을 방해하기 싫어 요양원으로 들어가 결국 사망한다.
지로의 처지에서는, 자신의 꿈이었던 비행기 설계가 군국주의 시대를 만나 전쟁의 도구로 쓰이는 것에 대한 좌절이 컸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병으로 짧은 생을 마쳐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또 한번 절망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내 나호코는 지로의 꿈속에 나타나 '남은 삶을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부탁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바람이 분다'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이 분다, 살아가야겠다'라는 폴 발레리의 시가 상징하는 제목이다.
어떤 절망과 슬픔에도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가 아닐까. 그러나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없는 저마다의 인생이 너무도 많기에, 우리는 절망하고 슬퍼하면서 살아간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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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어요. 바람이 당신을 데려온 그 순간을` 하늘을 동경한 소년, 지로는 열차 안에서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를 잡아준 한 소녀를 만난다. 그러나 지진으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서로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된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어요` 소년의 꿈까지도 사랑한 소녀, 나호코. 10년 뒤, 지로와 나호코는 바람과 함께 운명적으로 다시 만난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도 잠시, 두 사람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데…('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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