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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일본영화

<영화> 海街diary

by 똥이아빠 2016.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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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海街diary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만든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 역시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렇게 디테일에 강한 영화는 아무래도 일본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일본영화가 한국영화나 다른 아시아권 영화와 다른 점은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점이다. 일본영화 가운데 '차가운 열대어'처럼 극도의 잔혹한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영화들도 많다는 점이 놀랍다.
일본은 성(sex)의 표현에 대해 매우 관대한 나라라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한국보다는 훨씬 폭넓은 점이 장점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보통의 일본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 잔잔하면서 감동을 주는 일상적인 영화를 더 좋아할지 모르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는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고, 기분 좋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호감도가 높을 것이 틀림없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지만,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성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네 자매는 사이좋게 살아간다. 네 형제가 이렇게 사이좋게 살아간다는 설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이 영화가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영화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여성성-주인공들의 삶의 태도-에 깊은 호감을 갖게 된다. 즉 여성성은 한편으로 '모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모성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여성성은 인류가 존재하면서 진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인류가 오늘날까지 생존하고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한다.
즉, 남성들이 들과 산에서 사냥을 하는 동안 여성들은 거주지 가까운 곳에서 열매를 채취하고 아이를 돌봤으며, 농경사회에서는 가능한 많은 출산을 통해 노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여성들은 수평적 관계와 평화를 지향하는 태도를 처음부터 유지함으로써, 전쟁과 학살, 약탈을 일삼던 남성들의 폭력적 세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성이 담당한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남성들은 여성들의 이런 평화주의와 연대를 늘 폭력으로 짓밟아왔다.

여성영화가 자칫 '여성의 상품화'로 왜곡될 경우도 있지만-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다-여성을 상품화, 도구화하는 영화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 발상에서 비롯한 것들이어서, 그 자체로도 천박하지만, 여성성을 왜곡해 보임으로써, 그 자체로 폭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성을 드러내는 것이 특별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처럼 담담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여성들이 살아가는 모습, 방식, 태도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남성들은 여성들을 이해하게 된다.
오히려 여성성을 특별하다고 강조하는 것 자체가 왜곡이며 폭력일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모성' 역시 너무 강조하거나 왜곡하는 것을 보게 되는데, 대개의 경우 '모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화 되고 있을 때 그렇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남성성)는 이미 사망한 사람으로 나온다. 그의 장례식 역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이복동생(역시 여성)과 만나는 것이 중요한 사건이다. 세 자매와 떨어져 사는 엄마 역시 여성이지만, 그들과 불화하며 살았던 시간들이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화해로 이어진다는 것은 중요한 상징이다. 즉, 남성(성)은 여성(성)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는 개인대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 국가, 인류 전체로도 남성들이 권력을 잡고, 사회를 지배하는 가부장제 사회는 늘 폭력과 차별이 난무했던 것을 볼 수 있으며, 여성들은 늘 그 폭력의 피해자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이 대통령인 나라는 괜찮을까? 생물학적 여성이 모두 '여성성'을 가진 것은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이라도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여성은 생식기 없는 남성과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이 말은, 남성이라고 해서 모두 폭력적인 '남성성'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즉, 우리 내부에 '여성성'을 간직하는 것은 성의 종류를 떠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성성'은 평화와 평등을 기조로 하는 수평적 연대를 말한다. 이는 '남성성'에 대항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며, 인류의 공존을 위해 진화한 심리적 기재이기도 하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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