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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by 똥이아빠 2012.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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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2disc) - 10점
윤종빈 감독, 최민식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려고 했지만, 쉽게 글을 쓰기 어려웠다.
보통,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 주제, 특징, 감독, 배우, 연출과 연기 등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가 되고, 잘 쓰든 못 쓰든 글을 쓰는 게 어렵지는 않았는데, '범죄와의 전쟁'은 쉽게 글을 쓰지 못한 영화 가운데 하나다.
이 영화는 묵직하면서 날카롭고, 잔인한 장면은 드물었지만, 영화 자체가 잔인한, 한 마디로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고, 그 영화보다 한 수 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은 '조폭영화'일까? 아니면 '정치풍자극'일까? 그 둘을 섞어놓은 영화일까? 물론, 전부 해당될 것이다. 조폭이 등장하고, 정치가가 등장하고, 조폭의 전쟁과 정치검사와 정치권에 뇌물이 등장하고 있으니 당연히 조폭과 정치가 섞인 영화임에 분명하다.
좋아하는 류승완 감독의 '짝패'가 보여 준 화려한 액션은 없었지만, 이 영화의 리얼리티는 훨씬 뛰어났다. 주제에 정면으로 뛰어들어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범죄와의 전쟁'은 지금까지 나온 어떤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최고의 영화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 최익현은 세관공무원에서 죄를 뒤집어 쓰고 쫓겨난다. 하지만 그는 부패했으며, 재직 때부터 전방위 로비를 통해 '정치'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과 경상도 지역, 각종 규제가 해제되는 상황, 무수한 밀수와 불법이 권력의 힘으로 자행되던 시기에 최익현은 우연히 알게 된 깡패 최형배와 엮이면서 폭력, 권력의 세계로 스스로 들어간다.
최익현은 경주 최씨 충렬공파라는 인맥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한다. 물론 이것은 상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에서 혈연은 그 어떤 조직보다 강한 연대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혈연을 통해 로비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한국에서 '성공'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영화 '대부'나 '좋은 친구들'을 봐도, 그들은 시실리 출신을 강하게 신뢰하며, 특히 가족으로 연결된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호하거나 가족을 위해 복수를 한다. 
일반인들도 '혈연'과 '지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범죄자들에게 있어 '혈연'과 '지연'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렇게 철썩같이 믿던 '혈연'에게서 처절하게 배신을 당하는 아이러니 역시 범죄 조직의 생리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범죄 조직이 생기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재화)'을 많이 축적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폭력과 공갈, 협박 등 온갖 불법이 자행되는 것이다. 
결국, 폭력 조직의 발생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발생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나타나게 된다. 외국에서 마피아의 탄생을 비롯해 중국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한국의 조폭들은 모두 '돈(재화)'의 축적을 목적으로 생겼다. 물론, 초기에 그들이 가졌던 조직의 보호와 단합, 단결에 대한 순수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은 변했고, '부의 축적'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결국 권력까지 넘보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최근의 폭력조직들은 비합법 영역에서 합법 영역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는데, 비합법 영역만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돈'만 가지고는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즉, 폭력을 통한 재물의 갈취는 사회에서 불법이 명확하고, 마약이나 성매매, 도박 등의 사업 역시 많은 돈이 남는 장사이긴 하지만 사회에서 비난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도 부를 축적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지위를 생각하게 되고, 합법의 영역으로 진출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폭력조직이나 불법조직은 지하세계에서 군림하고, 지하세계를 움직이며, 불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에 만족한다. 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접근하고, 돈으로 권력을 산다. 이 영화에서도 그런 과정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불법으로 번 돈이 권력집단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사회 전체가 뒤틀리고, 왜곡된다는 것이다. 돈과 권력에 의해 사회정의와 상식이 무시당하고, 권력의 비호가 법에 우선하는 세상이 되면서, 일반인들은 법과 권력을 두려워하면서도 비웃는 상황이 벌어진다.
불법을 저지른다는 점에서는 '자본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자본가'들은 공식적으로 이 사회의 주인으로 인정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의 불법은 법의 테두리를 넘어선다. 한국에서 자본가들이 저지른 불법의 결과가 어떤지는 신문을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수 천억을 횡령해도 대통령 사면을 통해 곧바로 법적 지위가 회복되는 놀라운 마법이 벌어지는 것이다.
반면, 폭력조직의 불법은 '엄벌'의 대상이 된다. 권력집단에게 폭력조직은, '단물을 빼 먹고, 쓰면 뱉는' 관계이다. 폭력조직이 이런 관계를 모를 리 없지만, 그럼에도 권력을 향한 그들의 로비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노력이므로 끊임없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최익현은 아들을 검사로 키운다. 영화 '대부'에서도 양아들인 둘째는 변호사가 된다. 국내외의 수많은 갱스터 영화에서 폭력조직이 '권력'을 지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단지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지향하는 그들의 본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배우 최민식과 하정우를 비롯한 주요 조연들의 연기는 대단하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기 때문인 것은 당연하지만, 감독의 연출이 이런 묵직한 분위기를 만든 것이라는 느낌이 온다. 윤종빈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인 줄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는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다. 별 네 개 반.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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