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늙어서 작가가 된 여주인공(Narrator, voice : 잔느 모로 분)이 파리의 자기집 다락방에서 꽃같던 16살 소녀 시절의 첫사랑을 회상하면서 소설을 써내려 간다. 1920년대 말 프랑스 점령 치하의 베트남 사이공. 소녀(The Young Girl : 제인 마치 분)의 가족은 모두 형편없다. 어머니(The Mother : 프레드릭 메이닌거 분)는 광기와 절망에, 오빠(The Elder Brother : 아놀드 기오바니네티 분)는 아편에 찌든 부패에, 동생(The Younger Brother : 멜빈 파우포드 분)은 나약함에 빠져있다. 그들은 야만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서로를 의심하고 경멸한다. 그런 환경으로 인해 소녀는 섹스에 몰입한다. 단지 노련한 그의 연인에 대한, 친구 헬렌(Helene Lagonelle : 리자 폴크너 분)에 대한, 자기 혐오와 탈출에 대한 일환으로 욕망의 행위는 계속될 뿐이다. 소녀는 방학을 가족과 함께 보낸 뒤 학교가 있는 사이공으로 돌아가기 위해 혼자서 긴 여행을 떠났다. 그녀가 탄 버스는 '사덱' 지역을 통과해 메콩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호에 실린다. 박스 원피스에 구식 라메힐, 장미 넝쿨색의 남자 모자 차림의 이 소녀는 버스에서 내려 배의 난간으로 다가간다. 이때 버스 옆의 리무진 안에 세련된 중국인 청년(The Chinaman : 양가휘 분)이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흰 비단 양복을 입어 유럽인의 풍모를 느끼게 하는 그는 소녀를 지켜보고 있다. 청년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소녀에게 접근한다. 두 사람은 이내 친해지고 이후, 소녀는 청년의 리무진으로 등하교를 하게 된다. 파리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32세의 이 중국인 청년은 이 지역에서 최대 부호의 상속자이다. 어느날 그는 어둠침침하고 '도시의 끝없는 소음'으로 벅적대는 그의 침실로 그녀를 끌어들인다. 이후 약 1년 반 동안의 밀월이 시작된다. 소녀의 집에서는 상대가 중국 청년이라는 점을 극구 반대하지만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알고 이내 잠잠해진다. 청년의 집에서도 반대는 마찬가지. 청년의 아버지는 이미 중국인 처녀와 약혼을 한 아들의 이 미친 사랑 놀음에 격분한다. 곧 프랑스로 환국할 어린 프랑스 창녀와 사느니 죽어버리라는 저주를 내뱉는다. 결국 중국인 처녀를 신부로 맞아들이는 청년. 그들의 관계는 이렇게 끝난다. 중국인 처녀와 결혼하지 않으면 유산을 한푼도 줄 수 없다는 말에 힘없는 청년은 소녀와의 사랑을 끝내버리려 한다. 마침내 청년의 결혼식이 끝난다. 소녀가 사이공을 떠나 프랑스로 가는 배에 올랐을 때 부두 한귀퉁이에서 중국인 청년의 승용차가 숨어 소녀의 마지막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끝까지 그녀를 배웅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멀어져 가는 그 모습. 배가 사이공 항구를 벗어나서야 소녀는 눈물을 터뜨린다. 파리의 다락방 창문 밖으로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이야기를 끝낸 늙은 소설가는 그뒤의 에필로그를 전하며 영화의 끝을 알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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